古書/단편소설

정말보고싶은소녀_19

시인김남식 2012. 9. 22. 13:04

정말보고싶은소녀J_19                                                          솔새김남식

 

일상의 평범한 소재를 서정적이고 섬세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풀어낸 한국 수필 문학계의 대표 작가

피천득의 "인연(因緣)에 나오는 글에서........... 

.

"그리워 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 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그토록 흠모했던 여인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것을 안 피천득은 아니 만났어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심란한 마음을 소양강에서 풀어 보려는 심통난 남자들에 마음을 그린 글이다

그의 대표작 '인연'은 자신이 열일곱 되던 해 하숙집 딸인 아사코와의

세번의 만남과 이별을 번복한 소재로 한 내용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던 수필집이다. 

나 또한 그러한 것 같다 

우리 또한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30년이 지나서 두번째 우연히 그녀를 만났지만 이미 가정이 있는 불혹의 나이였다 

그녀와 남편 그리고 나 이렇게 세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은 갈등 때문에

우리는 다시 이별을 하여야 했다

그래서 그녀와 쓸쓸한 이별을 두번 한 셈이었다
첫사랑이란 어쩌면 그리움이라는 그것 하나만으로 만족해야 했으며 만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다만 어딘가에 나처럼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는 일이고 같은 하늘 아래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지 하며
나는 그녀 행복을 영원히 이제는 빌어야 했다

다행히 다른 회사에 재취업을 해서 실업자 신세를 면하고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더 흐르고 이어서 2007년 새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잊혀진 시간속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정말 뜻하지 않은 세번째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김포공항에서 본지 꼭 8년만인 뜻밖의 비보가 내게 전해젔다 

다시 10년만에 우리는 세번째 만남이 이루어젔다

그런데 바로 세번째의 만남은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2007년 이었다  


새해가 들어선 어느 날 은옥이에게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뜻밖에 그녀에 전화 방문이었다

은옥이는 그녀와 초,중,고를 같이 다닌 그녀에 친구이고 나와는 먼 친척뻘 여동생이다

시골에서 같이 자랄 때는 곧잘 따라 다녔는데 결혼 후에는 사는 방법이 서로 달라서인지

만나기가 그리 쉽지가 않았다

혹여 고향에 있는 집안 애경사에서 간혹 스처 만날때가 있었지만 항상 긴이야긴 나누지 못하고 돌아섰다  

C여고를 J와 같이 졸업하였고 중간중간 사랑의 배달부 노릇을 곧잘 해주던 그녀였다

그래서 내게는 정말 고마운 동생이었다

그녀는 그간의 이런저런 안부를 묻던 내게 새로운 소식을 알려 주었다

"있잖아"

"뭔데"

"재희 안재희"

"응! 갑자기 게는 왜"

"오빠....놀라지마"

"뭔데~"

나는 직감에 그녀가 나 때문에 그 사람과 이혼을 하지 않았나하고 혼자 지례짐작을 하였다

"있잖아....."

"으응"

은옥은 쉽게 다음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뜸을 들이고 있었다 

"재희가 글쎄 죽었대요 얼마전에"

"뭐?"

"나도 다른 친구에게서 들었어... 암으로 죽었때.....취장암이래"

".........."

강남에 있는 삼성병원에서 아파 보지도 못하고 고생없이 지난 가을에...그냥 그랬었나봐. 오빠 안됐지 그치" 

그녀 혼자서 지껄이고 나는 멍하니 정신나간 사람처럼 그냥 듣기만 했다 

그리고 갑자기 아무 할 말을 잃었다

"저기...성남에서 애버랜드가는 쪽으로 응~ 거기 있잔어 머래드라 아~  분당추모공원에 있는가봐. 가 봐야지"

그러면 그때 김포 공항에서 핼쓱한 그녀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우째서 이런일이 생긴다니 기가막혔다

바보같이 죽다니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어서 그렇게 고생 많이 했는데 이런일이 왜 네게 있을까 이 바보야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가슴이 울컥했다.

그 소리를 듣는순간 핑 눈물이 고이고 속으로 울음이 복바친다

내 어머니의 죽음 보다도 더 슬픈 모습으로 흐느껴 울고 싶었다

"은옥아 그렇다. 좋은 얘기도 아닌데 지금...나 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잔아"


나는 애써 부정을 해야 했다

"그래도 예전에 오빠가 많이 좋아했잔우"

"그거야 다지난 벌써 옛날 일이지"

뭔가 나도 모르게 은옥이에게 내 속마음을 자꾸만 부정하고 있었다

"지금 갑자기 오빠 생각이 나서 난,  전화하는 건데" 

가슴이 메여오고 나도 모르게 훌쩍거리고 있었다

"거참, 안 됐구나...."

내 속을 모르는 그녀의 전화는 계속되었다

"게 이야기 들어 보니까 참 불쌍해"

J를 30년만에 다시 만난 것을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다

아니 또한 J 남편과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사실도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다

"있잔아... 게 아버지도 얼마전에 돌아 가셨대...  오빠 듣고 있어"

"이야기해 듣고 있으니..."

"이런저런 마음고생 많이 했나봐.." 

“게는 왜 그렇게 복이 없냐”

나는 짜증스런 말투로 은옥에게 하고 있었다

”글쎄 말이야“

여러가지 이런저런 일로 스트래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갈 수가 있나 정말 보고 싶었던 그녀 였는데 인생이 정말 허무했다

따뜻한 가슴을 그녀에게 안아주지 못 했는데 정말 아쉬웠다.

한동안 마음에 갈등으로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를 못했다 

그러나 마음은 어느새 그녀에게 천천히 가고 있었다

.




봄이 마악 시작되는 3월 마지막 일요일 한식을 며칠 앞 둔 그날은 햇볕이 참 따스했다 

이루지 못한 그녀와의 사랑이였지마는 가슴을 풀고와야 했다

그녀의 친구 몇 그리고 은옥이 함께 승용차를 타고 그녀를 찾아 갔다

가는 길에 그간에 그녀와 있었던 이야기를 은옥에게 풀어 놓았다

사실 은옥이는 그녀와의 사이에서 사랑에 배달부 노릇은 했지만 그 깊이는 잘 모른다

묘지사무실에서 이른 석자를 넣으니 컴퓨터에서 위치를 잘 알려 주었다

입구에서 한참을 걸어 올라가서 그녀의 안식처를 찾았다

"學生安在姬支墓"

작은 성묘에 비석이 놓여 있었다

1999년 이후 다시 약 10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런데 바로 세번째의 만남은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김포공항에서 마지막 모습을 보고 근10년이 다된 지금 이런 모습으로 만나게 되니 정말 얄궂은 운명이었다.

말문이 막혀서 다른 어떤 말로도 표현 할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언제나 좋은 만남이어야 한다.

하지만 세번째 40년후의 만남은 인생의 허무함을 안겨주는 것으로 우리는 정말 만나지 않았어야 할 운명 같았다.

그녀가 행복해야 하는데 죽음의 끝에서 이렇게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니 가슴이 메어지도록 아파왔다.

그냥 서 있어도 막 눈물이 흐른다 

내가 그녀를 사랑해서기보다는 그녀의 인생이 너무 불상하였다

한참 재미있게 살아 갈 지천의 나이 그녀는 55살에 그렇게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듯

아이들이 아직 다 자라지 않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녀도 어머니처럼 세상을 일찍 등지게 되었다.

어머니가 당신의 몫까지 주어야 했는데 세상은 참으로 야속하게 미웠다.

그녀에게 무어라고 인사를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후레지아 꽃을 한 아름 크게 사서 그녀의 집을 온통 노란 꽃으로 장식해 주었다.

잘 가라고 좋은 곳에 가라고 눈물을 보였고

내 팔로 다 역을 수 없는 아직 잔디가 돋아나지 않은 그녀의 작은 집을 얼싸안아 주었다.

정말보고싶은 소녀가 이제는 예쁜 꽃처럼 다시 피어나길 바랬다



그녀와의 만남의 이렇게 끝이 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만나지 않고

내 기억의 추억 속 한 페이지로 간직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후회를 해도 이젠 소용이 없다.

그녀를 생각하면 잠시의 순간에서도 눈물이 한없이 흐른다.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그녀가 아파 할때 병원에 한 번도 찾아가지 못 했으며

이런저런 심적 부담을 그에게 안겨준 채 내 욕심만 채웠다.

참 인연 이라는 게 그런 거구나 하면서도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되면서

40년 전의 학창시절의 추억이 아련하게 머릿속에서 활동사진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죽음... 

죽음은 무엇을 의미 할까요

사람이 산다는 건..... 살아 있으므로 꿈틀거리는 하나의 미생물입니다

죽음앞에는 누구나 별 수 없는 존재... 그것입니다

재희야 너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만나지 않고 그냥 추억 속으로 묻혔다면 좋았을 터인데.....

미안하다 재희야!!

그녀를 생각하면 잠시의 순간 순간에도 눈물이 자꾸 흐른다

필연적인 우연으로 그렇게 참으로 어렵게 다시 만나서 첫사랑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지만 

그렇게 그녀는 내게 추억을 잠시만 안겨 주고는 말없이 떠나기에 

어떤 이야기도 이여 갈 수가 없다


정말보고싶은 소녀 J

2018년에 그녀에 나이가 66살이 됩니다

그래서 바로 이 글을 읽는 우리 카페와 같은 5670세대 이지요

이제 그녀의 죽음을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면서 이어서 마지막으로 에필로그를 올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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