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보고싶은 그소녀_8 솔새김남식
가곡 '그집앞' 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을 예전에는 왜 미처 몰랐을까
그 노래의 가사를 깊이 음미해 보지 않고는 아무 것도 모르리다.
음악시간에 이 노래를 그냥 따라 부르기만 했던 기억뿐이다
그러나 지금에서 생각을 해 보면 그 어떤 노래보다 감동을 먹는다
가사의 애절함이 더 마음을 울리는 건 순전히 개인적 정서차이라고 말 할수 있겠지만
감정이 없는 사람은 그냥 무덤덤할 것이고
어떤 추억이 있는 감정이 있는 사람은 한 구절만 불러도 눈시울을 적시게 된다
.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무는 그 사람의 집앞 오히려 다른 사람의 눈에 띌까 다시 거닐고..., "
.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 발길은 다시 그 자리로 이끌리여 왔던 곳이 바로 그녀의 집앞이었다.
다시 그 자리에 와 서 있는 쓸쓸한 어떤 사람의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자
사랑 그 기다림속에서 어떤사람과의 인연을 이어가기위해서는 무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우연을 가장하여 집앞에서 서성이다가 혹여 그녀를 만난다면 이보다 좋을수는 없을것이다
왜 그랬었지는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에 자신만이 그것을 알 수 있다
처음 이성에 눈을 뜨고 누군가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사춘기 나이
대학 노트 한장을 푸욱 찢어서 깨알같이 적은 편지를 들고 나섰다
그러나 용기가 없어 끝내 전해 주지 못하고 돌아 나오기를 여러번 했었던 것 같다.
직접 전해주기 쑥수러워서 누군가를 시켜서 편지를 전해주려 했던 일은 누구에게나 한번 쯤은 경험한 일이다
어른들 무서워서 함부로 이성을 만나지 못하던 그때 그 시절은 그랬었다
학교에 다녀오면 집안 농사일 거두느라 연애질 같은 것 아예 눈뜰 시간이 없었다
부모가 못 배운 것을 갚음이라도 할듯시 자식들에게는 공부를 시키려했던 부모들이었다
그런데 내 자신은 공부 한다고 책상에 앉아 낙서를 더많이 했던 사춘기 학창시절이었다
그리고 수없이 밤낮으로 읽었던 연애소설로 사랑에 이론을 터득하였다
어쩌다 책상에 앉으면 영어 단어가 눈에 보이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표현 하지도 못한 채 애절하게 가슴 조이며 다가오는 사랑이 그대로 스며 들어오지만
맞이 할 준비가 아직 못했던 사춘기시절 미처 사랑의 깊이를 알지 못하던 까까중 머리로는
'그 집앞' 의 노래 가사가 哀慕의 노래였는지 그 깊이를 알지를 못 했다.
그 당시는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사랑이라기 보다는 思慕가 더 애련하여 아니 짝사랑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어느덧 나이가 들어 사랑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던 어느 날 문득
그집앞 이 노래가 가슴속으로 깊이 여울지고 있었다
"그집앞" 은
이은상 선생님이 이미 기혼인 여인을 아마 친구의 부인이었다고 기억되는 그 여인을 사모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모하는 그 여인이 사는 집 앞을 지나가며 애타게 그리운 마음에
그집앞을 지날 때마다 발 걸음을 멈추며 혹여나 사모하는 여인을 한번 볼 수 있을까하는
애절한 마음을 아름다운 詩로 그렸다고 전해오고 있다
그리움이란 수줍어서 그 속내를 들어내지 않고 담아두는 것이기에 그 순간만은 설레이고 행복했으리다.
유치환님의 詩 행복처럼 ........
하지만 젊은 날을 추억으로 만들어 준 그녀 J가 내게 있었다 .
발신자 주소도 없이 보낸 편지는 J가 큰 언니처럼 따르는 대학다니는 막내 이모가 보낸 편지였다.
나는 한참을 멍하고 띵한 흥분은 쉽게 가라 앉지를 못하고 이모에 대한 분개심이 가득했다
어른들이 가로막는 우리의 장벽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에게 보냈던 수많은 답장없는 편지는 이모가 그랬던것으로 확인 되었다
그녀 교장 아버지가 그렇게 하라고 했을 것 같다
아직은 공부를 해야 할 학생 이기에 부담 스러운건 나에게도 사실이지만
그런 이유로 어른들은 우리를 갈라 놓으려 했으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또 며칠은 이일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며 몹씨 실의에 빠지고 말았다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몇번의 편지를 다시 또 부첬다.
학교까지 찾아가서 자초지정을 알고 싶었지만 그냥 혼자 끙끙 속앓이 하였다
그러나 이모의 절교 편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소식을 기다리다가 망부석이 되었는지 결국 병석에 눕게 되었다.
여름 방학 개학을 며칠 앞둔 어느날 아침 막 일어 나려는데 온 몸으로 열이 오르면서
정신이 몽롱해지더니 얼굴에서 식은땀이 여름비 오듯이 흐르고 있었다.
가벼운 감기 몸살인 줄 알고 약을 사다 먹었지만 너무 많이 아파 견디지 못하였다
그런데 다음날은 몸에서 이상한 조짐이 나타났다.
입맛이 없어서 먹은 것도 없는데 설사로 여러 번 화장실 다니고 소변까지 노랗다.
그리고 가슴이 쓰리고 너무도 아파서 엎치락뒤치락 앓다가 나중에는 가슴팍에 파스까지 사다 부처야 했다.
도대체 무슨 병인지 죽고 싶은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가슴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다
누워 있으면 숨이 차고 기침이 나고 갈비뼈 밑으로 아프고 정신은 몽롱해서
그 다음날 부터는 똥도 오줌도 옷에 그냥 싸야 했고 양쪽 어깨 등쪽으로 노근하게 아프다.
그냥 집에서 돌팔이 진료를 며칠 하다가 읍내 큰병원에 나가서 진찰하니 늑막염이라고 한다
학교를 일주일가량 결석을 했는데 다시 병원에 2주 입원해야 한다고 한다
진학을 목표로 공부를 하던중 발명한 늑막염은 당시로는 내겐 불행의 시작이었다
폐에 물이 고였으니까 2일에 한번씩 주사기로 물을 빼는데 많이 아팠다.
어쩌다가 이런 병이 어린 나이에 찾아왔는지 정확히 알수 없으나 여간 낭패가 아니었다
그녀를 너무많이 생각해서 가슴팍에 병이 들은 것이 아닐까?
과도한 입원비 때문에 약 10여후 퇴원해서 나머지는 수녀병원에서 왜래 치료를 하였다
처음엔 이대로 그냥 죽는 줄 알았는데 조금씩 차도가 생기고 몸이 나아지니 기분이 좋았다
약 한달보름간 치료를 하자 원상태로 내몸은 돌아왔지만 학교를 한달가량 결석하게 되었으니
학교 공부가 뒤 떨어지니 두번의 낭패를 보게된 것이다
수심히 가득하여 자연히 얼굴은 헬숙해지고 예전보다 초라하고 볼품이 없었다
건강한 몸으로 다시 학교에 나갔지만 학업 진도는 많이 나가 있었다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열중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해 가을 어느날
정말보고싶은소녀J가 일년만에 우리 동네로 병문안차 나를 찾아 왔다.
사실은 병원에 있을때 오겠다고 하는 것을 오지 말라고 은옥이에게 전해 주었다
창백해진 얼굴, 헬슥한 내 모습을 그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교복이 아닌 나들이 옷을 입고 왔는데 소녀에서 이젠 아가씨가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 무척 숙성해서 단발머리의 예쁘장한 모습이었다..
왜 그런지 그녀가 날 만나러 우리 시골까지 일부러 왔지만 별로 반갑지 않고 심통이 났다
그것은 초라한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에 약한 보습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고민 였으며 창피한 내 자존심이었다 .
당시 주위환경 때문에 사실은 그녀를 만나서 웃을 수 있는 마음에 여휴가 없었다
옛날 그녀가 살았던 사택과 초등학교 운동장까지 같이 걸어가며 그간의 소식을 들려주었다
그동안 내가 여러번 보낸 편지는 이모가 아버지 지시에 따라 없애버렸다고 한다
그녀는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아버지와 이모가 보낸 것이라 하며 미안해 했다
내가 매일 그녀의 집을 바라 보았던 뒷동산 언덕으로 우리는 같이 올라 갔다
그리고 이사 가던 날 이곳에서 J가 떠나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 보았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가 머리가 아프면 항상 이 산등성이에 올라 와서
J가 살던 옛집의 빈터를 바라 본다고 말해 주었다
마치 독일의 라인 강변에 있는 로레라이 언덕처럼 이곳이 마음에 쉼터였다고 했다
그녀와 내가 추억이 있는 언덕이라는 곳을 그녀에게 각인시켜 주고 싶었다
문득 네가 생각이 나면 언제든지 나는 이 뒷동산에 올라와서 마당가에 있는 펌프샘에서
집안 일을 하고 있는 네 모습을 생각 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내가 오늘 해야할 일이라면 바로 그것이였다.
이런저런 내푸념을 듣던 그녀가 감동을 받았는지 눈빛에 눈물을 보이고 있다
내가 그간 서운했던 것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번 기회 말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것 같았다
상대에게 굳이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나이를 먹었으니
이성이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수있는 나이였기 때문이다
산등성이 가을 바람은 차가웠지만 햇볕은 그래도 따스했다
읍내로 나가는 마을앞 신작로에서 그녀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시작하였다
그녀와 우리집의 환경을 보면 어울릴 수 없는 무언가 있다는 것을 예전에 직감했으며
이모처럼 먼 훗날을 기약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난 이젠 그녀를 보내야 했다
가을 단풍이 힘없이 모두 떨어져 나간 자리에는 바람이 쌀쌀하게 불어 오고 있다
지금의 헤어짐이 마지막이 아닌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나는 이별이길 원했다
그녀와의 인연은 내가 결정하는게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정해준 대로 가야한다
우리마을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서 읍내까지 십여리를 걸어가야 한다,
그녀와 마지막 헤어지던 날 읍내까지 바래다주고 싶었지만 여운을 남겨서는 안 될 것 같아
마을 앞 신작로에서 헤어지기로 하였다.
길가에 군데군데 피어있는 쑥부쟁이꽃과 코스모스 꽃을 몇 송이 꺾어 건네 주었다
"재희야 잘가"
"읍내까지 안 갈거야"
"응, 난 안갈꺼야"
"왜"
"은옥이가 버스 타는데 까지 바래다 줄꺼야"
좀 섭섭한 기색이 보였지만 난 냉정해야 했다
"대학생되면 그때는 오빠랑 자주 만날거야. "
"내가 널 많이 생각하고 있는거 잘 알지"
"네"
“예전에 내가 말한 것도 잊지 않았지”
“뭔데”
“나중에 커서 나한테 시집 오는 거”
“피이 그런 게 어디 있어”
”약속했잔아"
"난 기억이 안 나는데"
"중1때 우리집에 놀러와서 내가 집까지 바래다 줄때 그말 했잖아. 잊었으면 할수없지 그럼 약속도 날아간 거네"
"응, 내가 그랬나"
"하튼 오빤 너무 싱거워서 큰일이야"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재희는 내 기억속에 있을까"
"왜, 오빠 우리 인연 여기가 끝이 아냐. 이제부터 시작이야 기운좀 내라고"
"오늘 시간을 내서 날 찾아온 거 정말 고마워"
그녀는 내 얼굴을 바라 본다 그때 나는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재희야"
"네"
"재희야 나중에 더 예쁜 모습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어.“
“알았어.”
"잘가"
“오빠 꼭 대학에 합격하세요.”
“고마워”
“이젠 아프지도 말고.........."
손을 내밀어 그녀에게 긴 악수를 청 했다.
짧은 여운이 아쉬움 속으로 두사람에 마음속으로 흐르고 있었지만 여기서 미련을 접기로 다짐을 한다
한 마을에서 3년간 같이 살았으며 기차 통학으로 친하게 얼굴을 익혔고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을 준 소녀 J가 지금 내 곁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지만 우리는 그 감정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성숙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한 동안은 자주 볼 수가 있었서 좋았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제는 공부에 방해가 되니까 학생 본연의 신분으로 돌아가서 입시준비를 해야 한다
언제 다시 시골에 와 달라던가 또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하는 의미없는 약속은 하지 못했다.
한때는 우정과 사랑속에서 방황하던 그녀와의 짧은 인연은 세월이 지난뒤 생각해 보면 그때가
사실은 마지막 작별이 되고 말았다
바로 내가 고등학교 3학 그녀가 여고 1학년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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