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추억일기

1973년 1월20일 토요일

시인김남식 2008. 6. 19. 20:05

1973년 1월20일 토요일

구로동에 가서 궁금증을 풀어 보고 싶었다. 구로동에서 가리봉 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만나서는 아무런 애기를 하지 못하고 돌아 왔다. 별로 자세한 애기도 듣지 못하고 돌아왔다. 모든 것이 궁금하다. 정말 어찌해야 하는가?

1월27일 토요일

굼속에서 그녀를 만났다. 여주에 있는 맥주 홀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친구들과 그곳에 갔다. 찬란한 불빛 속에서 손님들과 술을 마시는 그녀를 보고 화를낸다. 또다른 사람을 기다리기위해 나에게 시련의 기회를 주는 것 같았다. ‘망할 계집애, 배신자!’ 그의 변명을 듣기도 전에 뺨을 때려 주고 밖으로 나왔다. 그것이 아니라고 하며 울면서 변명하는 그를 모른채 나온다. 아련히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돌아서서 나온다. 깨여 보니 꿈이 였다.

<오늘신문에 영동지방의 산업발전을 위해서 강릉까지 고속도로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2월20일 월요일

그냥 회사 생활에 충실했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그리고 명동에도 나가 바람도 쏘이고 그에 대한 생각을 잊혀진지 오래였다. 그런데 얼마전에 시골에서 온 동생 편지를 감췄다가 오늘 준다. 너무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 않주려고 했다고 한다. 더구나 예산으로 편지를 했는대도 아무 연락이 없다고 하니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한다. 식구들에게 미안하다. 오늘도 그에게서 소식이 없다.

3월1일 목요일

오늘 뜻하지 않게 정말 오랜만에 그녀의 편지를 받았다. 작년 가을에 중곡동으로 나를 찾아와서 만나고 그가 시골 고향으로 떠나지 6개월만에 그녀 편지를 받았다. 서울로 올라와서 다방에 있었더고 하니 어쩌란 말이냐. 정말 철부지였다. 연락도 하지 않고 지냈으니 용서를 하고 않하고 문제가 아니였다. 그런 행동을 내가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할지 충격이였다.

어찌하여 그가 다방에 있었야 했는지를 알고 싶었다. 다방에 있어다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였다. 그것은 이미 과거 였다고 하면 되겠지만 선뜻 용서 하기에는 부족하다. 모든 것이 내탓이라고 해도 너무 어려운 판단이다. 우선 그를 만나서 애기를 들어야 용서를 하고 이해를 하고 그럴 것 같았다. 도저히 그냥 용서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제 끝이다. 의리도 없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변명도 필요 없었다. <세월은 물같이 흘러 봄이 왔군요. 그리고 열심히 회사 근무를 하고 계시겠지요. 저는 영등포에 있다가 집에 오니까 친구가 자꾸 서울에 가자구 해서 다시 서울로 올라 갔습니다. 저는 천호동 다방에 있었고, 친구는 코스모스 다방에 있다가 14일날 집으로 왔지요. 집에 와서 보니 정말 편지가 왔더구요. 얼마나 무정 하다고 할까요. 당신의 모습이 눈에 아물아물 합니다. 항상 몸이 약해 제가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어요. 찾아 가 뵙지 못하고 이렇게 지났으니 무어라 용서를 빌지 모르겠어요. 제가 모든 것이 부족한 탓 이예요. 정말 찾아 가서 용서를 빌고 울고 싶은 심정은 말도 못합니다. 제가 나쁜 사람 이라고 하겠지요. 제가 집에 편지만 했어도 동생이 주소를 가르처 줄 것인데 편지하지 않은 제가 잘못 이겠지요. 함께 덕수궁에 갔던 것 잊지 못해요. 정말 찾아 가서 지금 까지의 모든 것을 사과 해 드릴께요. 저를 생각 해주시는 것을 알았을 때 한 없이 울고 만 싶어요. 무어라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넓으신 아량으로 이해 해 주세요. 2월24일>

3월10일 수요일

답장을 보낸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답장이 없으니 어쩌란 말 입니까?. 어제도 그에 대한 꿈을 꾸었다. 그에 대한 생각을 너무 칩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게 돌아 오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혼자 마음아파하고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바보같이.

3월11일 목요일

오늘도 긴 하루가 지나가고 그리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리움은 물결따라 오고 있지만 오늘도  경숙이의 소식은 오늘도 없었다. 내게 기쁨 소식은 언제 오려는지.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로속에 헤메는 것 같이 무엇에 홀린 것 같았다.

3월13일 토요일

온종일 누군가를 기다렸다. 따스한 봄날 나를 찾는 사람이 어째서 없을까? 경비실에서 누가  찾아 왔다고 할 것 같았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혹시 하고 옷도 깨끗이 입고 준비 했지만 멍청이 같다. 저녁에 구로동에 갔지만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내가 왜 그를 찾으러 동분서주를 하고 있는지 바보 같다. 차를 갈아 타기 위해 서울역에 내렸다. 빈속에 소주 한병을 먹었더니 머리가 핑 돌면서 취기가 돌았다. 뻐스 차장의 부축을 받아 가며서 차에 오르고 뻐스 바닥에 그냥 주저 앉았다. 그리고 집에 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없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았다. 이제 기다림에 지첬다. “그대 찾아 내가 왔네. 변두리 다방, 찌프린 밤 하늘엔 별도 숨는데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님의 그림자. 불꺼진 종점이라 외로운 마음 나 홀로 돌아가는 구로동의 밤이여” 자작 노래가사이다.

3월14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아프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 저녁도 먹지 않고 빈속에 뻐스를 타고 집에 왔으니 더구나 집에 와서 또 술을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 이발소에 다녀오니 주영이가 찾아 왔다. 아무데도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혼자 집에서 책을 보려 했으나 주영이가 밖에 나가자고 한다. 시내로 나가는 뻐스를 그냥 탔다. 허전하고 고목처럼 외로운 마음을 덕수궁에서 달래 보려고 우리는 덕수궁으로 발길을 옮긴다.

3월20일토요일

이제 연락도 없고 편지도 없었다. 그의 생각을 오늘로 끝이다. 변명도 이해도 용서도 이제 필요 없다. 나쁜 사람 그럴 수가 있나? 새로운 사람을 찾아서 이제 길을 떠나야 한다. 이제 일기도 끝이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얼굴도 이제 잊혀저 간다. 그녀와의 짧은 6개월의 만남은 아쉬움 속에 이제 멀어저 갔다. 이제 그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아직 내게는 젊음과 그리고 청춘이 있으니 말이다. 인연이 없는 사람 하고는 이제 끝이다. 어디에 있을 내 한 쪽을 찾아 오늘도 나는 방황을 하고 있었다. 언제 내짝을 찾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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