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0월26일 목요일
퇴근하고 집에 와서 왕십리를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편지 왔다고 한다. 건너방에 가보니 책상위에 그녀의 편지가 있었다. 얼마나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확인하기 위해 어제 부터 편지를 기다렸다. 참으로 반가웠다. 지금 흔들리는 뻐스에서 이편지를 일고 있다. 사진도 들어 있었다. 읽고 또 읽고 그랬다. 주영이 생일 파티에 초대 되어서 지금 왕십리에 가는 길이다. 친구들과 아주 재미있게 놀았다.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왕십리에서 기분이 너무 좋아 술을 많이 마셨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술 취한 내 머리속에 그사람이 자꾸 떠 오릅니다.
<보고싶은 사람에게 >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을 별빛 속에 희망을 싣어 보냅니다. 꿈길에서 내 기도가 이루어진 것 처럼 같이 걷고 있습니다. 꿈길에선 언제나 만나지만 깨어 보면 그대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없습니다. 재미있게 놀지도 못하고 떠나와서 얼마나 나쁘다고 했을까요. 그때 중곡동에 찾아 가서 정말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참고 참았어요. 지금 당장이라도 뛰어 가고 싶은 충동 입니다. 참고 참고 할 수 없이 차에 올라 섰지만 그래도 다시 보고 또 보고‘ 별표 천일사’를 자꾸 처다 보았어요. 너무 몸 막하지 말고 조심 하세요 약하신 몸이 언제나 건강 하실까요. 안녕이란 말을 하는 그대의 모습을 생각 하면서 나는 울움을 못 참았습니다. ,,,,,,,,,,,,,,,,,,,,,,,,,,,,,,,,,,,,,,,,,,,,,. 지금 눈물이 나올 것 만 같아요
하지만 비록 멀리 떨어저 있지만 생각하고 있어요 인생에 있어서 슬픔없이 지낼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요 그리고 장미에 가시가 있다고 불편하지 말아요. 오히려 가시에서 꽃핀 것을 고맙게 생각 해야죠. 보고 싶어요 언제 만나 볼 까요? 저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 하군요 제 몸은 비록 이곳에 있어도 마음은 항상 그대 곁에 있습니다. 편지 해 주세요. 참 천안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몰라요. 정말 저 때문에 괴롭고 신경 쓰지 말고 어디 몸이 아프면 빨리 약을 잡수세요. 집에 와서 있으니깐 자구 뛰어 가서 보고 싶어요. 언제 다시 만날 수가 있을까요. 사진 있으면 한 장 보내 주세요. 시골 오느라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럼 굿빠이 인사를 드립니다. 몸 건강 하길 하나님께 빌겠어요.
11월5일 일요일
편지를 받고 두번이나 편지를 보냈는데도 답장이 없다. 웬일인가 궁금했다. 모든 것이 귀찮은 것 인지 아니면, 더 이상 나와의 관계가 필요치 않아서 답장을 하지 않는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마포
에 갔다 와서 세 번째 편지를 보냈다. 답장이 올려는지 아니면 인연의 끈이 자꾸만 녹 쓸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편지를 다시 보낸다.
<안녕 별고 없지요 이곳은 날마다 긴 날을 까시처럼 보내고 있오. 어쩜 편지가 없는지 화가 나서 어제는 우리가 거닐던 강변 도로에 갔었지요. 마침 그곳에 볼 일이 있어서 갔었지요. 자동차의 불빛에 비춰지는 모습이 자구 떠 오르고 있지요. 불러도 대답 없는 사람을 동동 구글며 안타까운 심정 이었지요. 슬품은 빗물되어 말없이 흘러 내려 아스팔트 위를 힘차게 흐르고 있답니다. 차마 오래서 있지 못하고 온몸이 비에 젖어 있었지요. 지금은 집에 돌아 와 이글을 쓰고 있지요. 빗물이 흘러서 마른 흙을 진흙으로 만들어도 아스팔트 길은 변하지 않지요. 언제나 변함없는 아름다운 마음을 기다리고 있어요. 세월이 물같이 흐른 후에는 잊혀 지려는지 모르겠소. 우린 헤어 져야 하는 뚜렷한 이유가 없잖아요.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 갖고 있지요. 다시 만나야 돼요. 약속을 기다리며 오늘은 이만 줄 입니다.
11월09일 목요일
난 그토록 기다렸거만 따스한 손길이 아직 내 가슴에 안겨 주지 않으니 난 어쩌란 말입니까. 당신은 나의 심정을 모르고 있오. 당신 어머니가 내 편지를 가로 막고 있어서 소식이 없는 것이요. 그래도 편지는 있어야 하지요. 기다림에 지친 있었다. 어제는 구로동에 갔었으나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 왔소. 오는 길에 서울역에 내려서 막걸리 한잔 했지요. 당신 때문에 술을 먹지 않으면 안되었어요. 어제도 오늘도 편지를 가다렸지만 답장이 없군요. 벌써 여러날이 되었지요 연락을 주십시오. 이제 답장이 오지 않는다면 나도 더 이상 당신을 기다리지 않겠어요.
11월10일 금요일
어찌된 일인지 연락을 주십시오. 그저 애타게 기다립니다. 찬바람이 불고 가울 낙옆이 딩구는 늦가을 이제 날씨도 추웠지고 있어요. 무슨 사연이 있기에 연락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11월19일 일요일
요즈음은 내가 사랑에 열병에 있는것 같다. 소식도 없는 사람을 혼자 애태우고 기다리고 있으니 바보 같았다. 집에 오면 편지 왔느냐고 물어 본다. 누구에게 그 사연을 물어 볼 수가 없다. 하루종일 그사람 생각에 하루 해를 보내고 있다. 어쩌면 바보같이 멍청한 사람 같았다. 그러나 언제가는 소식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달랜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갈대의 순정을 불러본다.
12월1일금요일
퇴근을 늦게 하는데 종선이가 내게 와서 편지를 내밀며 호덕 두개를 요구한다. 결국 종선이 에게 호떡을 사주고야 편지를 받았다. 주소는 그의 고향 이지만 보낸 사람은 다른 사람이였다. 동생의 편지였다. 무슨 일인가 하고 편지를 개봉 해 보니 전혀 다른 내용 이었다. 자기 누나가 얼마 전에 집을 나갔는데 한달이 되어도 소식이 없으니 걱정 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 엄마가 누나 때문에 병을 얻었다고 하며 어떻게 된 것이인지 궁금 하다는 편지였다. 그리고 혹시 연락처를 알고 있으면 소식을 달라는 편지였다. 시골에 있는 줄 알았는데 집에 없다니 한가지 걱정이 또 생긴 것 같았다. 서울 어디엔가 있을 터인데 아직도 연락이 없으니 어쩌겠나. 구로동에 가면 무슨 소식이 있지 않을까 하고 퇴근길에 통근 뻐스를 탔다 동대문에 내려서 차를 갈아 타려고 했더니 뜻밖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디시 돌아서서 집에 왔다. 식구들에게 이야기 했더니 걱정을 한다. “큰일 이구나. 나쁜 애들과 어울리면 술집이나 나쁜데로 가는데 ,,,,,,,,,,,,,“ 얼마전 천일사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라디오 뉴스에서 들었을 텐데 아무 연락이 없으니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쓸덴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미련을 버리자.
12월04일 월요일
항상 빈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야근을 하고 퇴근 하는데 편지 한 통을 경비실에서 받았다. ‘편지 가저가라’하는 경비 아저씨 말에 반가운 사람? 하고 얼른 받았으나 다른 사람의 편지였다. 한 없는 실망 이였다. 기대는 자꾸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도 이제 희미 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잊혀버리자.
1월16일 화요일
해가 바뀌어 1971년이 되었다. 내겐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날씨는 봄처럼 따뜻했다. 오후에 일을 하면서 하품을 하고 있는데 수위 김씨 아저씨가 내게 왔다.
“너 정숙이 아냐?”
네 하고 얼른 대답을 했다. 큰집 정숙이가 면회를 왔는가 했다. 그리고는 웬일이지?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경비실에 들어가 보니 정숙이는 없었다. 다만 어떤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누가 날 찾아 왔지 하고 경비실을 왔다 갔다 두리번 거렸다.
“예산에서 왔습니다.” ”
나는 예산에서 올라온 경숙이 어머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 - 경숙씨 어머님이 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때서야 그가 찾아온 이유를 알고 조금은 당황했다. 공돌이의 처참한 모습을 그녀의 어머니는 내가 그를 서울로 데리고 왔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혹시 두사람이 동거생활을 하고 있지나 않는가 하는 눈치였다. 나도 그를 찾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무엇인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나를 믿지 못 하겠다는 것 인지 그는 누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여 찾아 길을 알려 주었다. 그녀 어머님이 정말 찾아 갔는지 궁금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저녁에 집에 오니 그녀의 어머니가 다녀 갔다고 한다. 집에서 귀엽게 고이 키웠는데 어디 나쁜 데라도 가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며 그녀 어머니는 울면서 갔다고 돌아 갔다고 한다. 정말 그는 철부자다. 이제 그를 어떻게 평가 해야 되는지요?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라고 하기에는 그렇다. 그 사람을 어지하랴.
1월17일 수요일
날씨는 추웠지만 몸을 움쿠리고 집을 나섰다. 모든 것이 궁금하여 구로동에 갔었지만 소식을 듣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오는 길에 시내뻐스 차장과 뻐스 요금 관계로 시비하여 광화문 파출소까지 갔었다. 조금만 이해를 하면 되는 데도 웬지 신경이 날카로워 뻐스 차장과 싸움까지 해야했다. 술을 한잔 먹고 뻐스를 탔더니 좀 이상하게 생각 한 것 같았다. 오늘은 이상하게 재수가 없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 무조건 당신이 잘못 이라고. 나도 모르고 당신 어머니도 행방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된 일 인지요. 그녀를 버리기에는 조금은 이르고 아까운 사람이지만, 돌아 와 준다면 용서 할 수가 있을까 생각한다.
1월18일 목요일
꿈속에서 경숙이의 이름을 불렀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식구들이 놀린다. 하루 종일 우울하고 기분이 나질 않느다. 잊을 수 밖에 없었다. 인연이 없는 사람 같았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귀찮다. 미련을 버리기 위해 옥상에 올라가 답배도 피워본다. 길게 담배 연기가 허공 속으로 날리고 있다. 처음부터 인연이 없었는지 모른다. 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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