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추억일기

1972년 9월18일 금요일

시인김남식 2008. 3. 11. 19:57

1972년 9월18일 금요일

일찍 퇴근하여 옷을 갈아 입고 구로동으로 갔다. 추석에 시골에서 경애를 만나서 애기를 들었다. 경숙이는 착한 애니 울리지 말고 다정하게 대하라고 했다. 예정 시간보다 10분 늦은 8시40분에 약방 앞에서 내렸다. 바로 길 건너에 그녀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반가워 한다.

“왜 이제오세요?”

언제나 밝게 웃는 그녀였다. 7시30분 약속 인 줄 알고 일찍 나와서 한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고 한다. 손을 잡고 다방으로 들어갔다.

“추석에 시골에 가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비가 와서 재미있게 놀지 못했느데”

“애인도 만났겠네 - 그치?”

그녀는 대답 대신 꼬집으며 수줍음을 대신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양산을 가저간 것을 돌려주지 못했다. 그는 괜찮다며 걱정 말라고 내게 애기한다. 인삼차를 시켰으나 그녀는 맞이 이상 하다고 하며 먹지 않는다.

“고향에는 모두 안녕하시지”

“시골에서 사과를 가저왔어요.”

그는 사과 보타리를 내 놓는 것이였다. 뻐스가 사람으로 만원인데 그 무거운 것을 가저오니 정말 고마웠다. 먼길에서 가저 오니 정말 고맙다고 하였다.

“정말 고마워! 성의가 대단한데 난 줄께 없으니 어쩌지?”

우선 마음씨가 고와서 좋았다. 10시 다방을 나와 헤어젔다. 집에와서 보타리를 내놓으니 누

나는 먼길에서 가저온 것이 성의가 고맙다고 한다.

“언제 만나면 맞있는 것을 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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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1일 목요일

점심을 먹고 영등포에 가기로 작정을 하고 집을 나섰다. 5시쯤 STC회사에 도착하여 면회를 신청해도 잘 연락이 되지 않아 만날 수가 없었다. 오늘은 웬지 꼭 만났으면 했다. 마침 경애 누나가 외출 나왔다가 나를 보고 반가워 하며 연락 해 주겠다면 회사로 들어갔다. 그녀를 만나서 두사람은 다시 시내로 나왔다. 어디를 갈까 망설 이다가 우리는 덕수궁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을이라 그런지 바람은 약간 차게 느껴젔다. 나도 그도 밤 바람에 조금 추위를 느겼다. 우리는 석조전 앞이 있는 긴 의자에 앉았다. 파란 남방을 입은 나는 옷을 벗어 그에게 주었다.

“어제도 오늘도 하루종일 숙이 생각만 했어”

“거짓말이죠”

“아냐. 어젠 잠을 하나도 못잤더니 지금은 졸립구먼”

“여기 누우세요.”

그녀의 무릅에 머리를 대고 자는척 했다. 어머니 손길처럼 무척 따스했다. 옷으로 내몸을 덥허주니 한결 좋았다.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난 참 행복한 것 같아. 이렇게 해주는 아가씨가 있으니”

그녀는 말이 없다. 난 한손으로 그녀의 까맣고 길다란 머리를 만저주었다.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만저 줄 때가 제일 좋다던데,,,,,,,,,,,,,,,,,”

내가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냥 듣기만 하고 아무 대답이 없다. 그도 나도 가슴이 띄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숙이”

그녀를 부르며 처더보자 그녀는 모습을 돌린다. 다시 한번 구애의 목소리가 그녀를 흔들었다. 그는 못이기는 척하며 나를 처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요?”

아주예뿐 인형 같았다. 그리고 눈망울이 살며시 감겨저 있었다.

나는 잊지 않고 재빨리 그녀의 입술을 훔첬다. 별로 반항이 없이 그냥 응하고 있었다. 순진한 우리의 입 맞춤은 불과 몇초 사이에 마무리 되었다. 두사람은 조금은 멋쩍은 모습 이였지만 순간적으로 황혼속으로 빨려가는 것 같았다.

“숙이에게 이번이 처음이야. 이렇게 주는 것은,,,,,,,,,,,,,”

그녀는 대답대신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아까 조금전의 그모습 그대로 돌이되어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정말 훔칠수가 있을까 생각한다.

“숙이 마음 변하지 말자 응?”

몇번씩 그에게 이야기 하건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마 대답 하기가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았다. 아직 때묻지 않은 충청도 예산 아가씨의 진실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네 하고 대답하면 그것은 거짓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모든 것이 초년생인 우리 두사람의 이야기는 주저하고 있었다.

“내가 싫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지. 정이 더 깊기 전에 친하지 않는 것이 좋을꺼야?”

너무 과욕이라고 할가? 당장 그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것은 아직 어린탓일까?

“숙이 변하지 않겠지?”                   

“응! 변하지 않을게”

“됐어요. 역시 숙이가 최고야”

그녀의 손을 곽 잡았다. 귀엽도록 아주 이쁜 아가씨로 보였다. 오랜시간이 흘렀다.

한결 부드러운 애기도 했다. 덕수궁에 불이 거진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10시가 넘었다. 덕수궁 출입문을 닫을 테니 연인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 가라는 신호였다.

“저기 있던 사람들도 모두 나갔어요”

“우리도 이제 그만 갈까?”

불이 꺼지니 궁내는 깜깜했다. 다행히 멀리 시청앞 가로등 불빛이 훤히 비춰주고 있었다.

“숙이”

“왜 - ”

응석어린 그녀의 대답과 동시에 두사람은 눈이 마주첬다. 대답을 듣기도 전에 손을 머리에 얹혀 주고 또 한번의 키스를 한다. 그리고 덕수궁을 나와서 천천히 걸었다. 영등포에서 영화구경 한다고 나왔지만 뻐스에서 잠이 들어 시청앞까지 온 것이다. 집에서 보던 책을 가방에 넣어서 그에게 주었다. 걷다 보니까 광화문을 지나 시민회관앞 까지 왔다. 밤이 너무 늦어 이제 헤어져야 할 때였다.

“이제 또 언제 만날까?”

“집에가서 편지 해줘요?”

“아냐 보고 싶은 사람이 먼저 편지하기로 하자”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는 내게 술과 담배를 먹지 않기를 권했다.

“차비 있어요?”

“참 차비가 없구나.”

차비가 없다고 난 능청을 부렸다. 아까 덕수궁에 들어갈 때 20원을 껌팔이 소년에게 주었던 것을 그에게 이야기했다. 그때 돈을 그에게 주면서 차비가 없다고 했던 것을 잊지 않고 지금 내게 이야기 한 것이다.

“20원만 있으면 되겠는데 주겠어?”

그녀는 아무 말없이 100원을 내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20원만 필요 하다고 했지만 못이기는 척하고 받았다. 그가 어떻게 하나 보려고 했던 것 인데 그는 쉽게 내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고마워 숙이 이돈을 갚아야지 하겠지”

“누가 갚으랬나 뭐!”

“뻐스가 왔으니 숙이 먼저 차고 가 응? 늦지 않겠어 11시 30분 넘어서 들어 가겠구나?”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내개 인사를 한다. 그가 탄 차가 멀리 사라 질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효자동에서 나오는 중곡동행 뻐스에 몸을 실었다. 차안에서 그가 준 돈을 만지작 거렸다. 그의 따스한 손이 내 곁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집에 오니 12시가 다 되었다. 라디오에서 ‘밤을 잊은 그대에게’란 프로에서 듣기 좋은 음악이 흐르고 있다. 조금전에 헤어져 돌아온지 불과 한시간 밖에 안 되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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