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서/개똥철학

하늘이 날 부르는 날

시인김남식 2006. 11. 19. 15:22

하늘이 날 부르는 날   솔새김남식


내 삶을 아주 열심히 살아 가는 어느 밤

하늘이 내려와서 내게 다리 한 쪽을 내 놓으라고 한다면

나는 어찌해야 할까
아직은 내가 더 이생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두손으로 빌었더니

며칠간은 더 말미를 주겠다면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까

누군가에게 평생을 살면서 진 빚이 있다면 갚아야하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아프게하지는 않았나

돌이키며 부지런히 갚아야 한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하늘이 내려와서
네 몸 전부를 내 놓으라 한다면
나는 무어라 말 해야 할까
어서 가자고 발 길을 나설 수 있을까

내 영혼은 아직 더 이승에 머물고 싶은데
내 몸을 엉망이 되였기에
나는 내 영혼과 어떻게 마주설까?
인생은 무엇인가
산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살게하는 것일까
살아 있으니 사는 것일까
아니면 사랑으로 살까?


화들짝 피었다 떨어지는 꽃잎처럼
풀잎에 맺혀 있는 이슬처럼

바람 앞에 떨고 있는 낙엽처럼 그렇게 잠깐 머물다

그렇게 가는 게 우리들의 모습인 것을
알아 차리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텅빈 허공 속을 뛰어 다니며
모으고 움켜쥐고 소리 지르고
싸우고 미워하지만
이 세상 모두가 부질없다는 걸
알아 차리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하루 하루가 흘러 한달이 되고
한달 한달이 흘러 일년이 되고
한해 두해가 흘러서 어느덧
죽음의 문에 이르게 된다.

망가진 수레는 갈 수가 없듯이
늙으면 아무 일도 못한다
그런데도 누워서 갖가지 잡념과 게으름을 피우고
닦은 공덕이 얼마나 있길래
이토록 허송세월 보내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는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하늘이 나를 부르는 날
정말 웃으며 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린 생각해 봐야 한다



인생은 낙엽처럼 빗자루에 저렇게 쓸려갑니다.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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