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러브스토리 솔새김남식
아주 정말 오래전 빗나간 러브스토리
겨울로 가는 어느 추운날 그녀에 곁을 떠나 오던 날
찻 잔을 업어놓고 다방을 나왔다
그녀의 변명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영등포 역전 다방을 나와 시장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그런데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으로 짐작이 갔다
내 옷소매를 잡고 안절부절하던 그녀였다
전화번호를 모르니 걸 수도 없었다
한 시간후 다시 그곳에 들렸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그와 그렇게 작별하고 한동안 할 말을 잊고 있었다
삶에 의미도 없었다
그를 사랑했다는 것을 비로소 늦게 깨닫았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추억했던 시간들이 정말 아쉬웠지만 인연이 아니었다
그녀를 보내게된 사연은 이러했다
그가 다니던 회사가 경영악화로 감원이 시작되자
시골로 잠시 내려 가 있었다
시집이나 가라고 서울에 있는 그녀를 사실 불러 내렸다
그리고 시골에 와 있던 순진한 그녀를
친구가 꼬셔서 집에 말하지 않고 그냥 가출하게 된다
그리고 대전에 있는 다방에서
취직도 잘 안되고 하니 임시로 있자고 했지만
시간이 흐른뒤에야 잘못된 길로 들어섰던 것을 알았다
친구의 유혹이 여간 했다
한동안 행방을 모르고 있었던 내게 어머니가 찾아왔다
연락이 없으니 함께있는 줄 알았다는 전후사정을 어머니에게서 들었다
얼마가 지나서 대전에 있는 다방에
있다는 것을 알고 손님을 가장해서 찾아갔다
그곳에 있는 그녀를 보고 너무 실망했다
다방에서 일 한다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짙은 화장에 손톱 메니큐어 짧은 치마
그냥 그것이 무조건 싫었다
그녀에게 생각 할 여유도 주지 않았고
왜 내개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곳에 있냐고 따져 물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왔다
그러자 그녀는 다방을 나와 다시 시골로 돌아왔다
내게 잘못했다고 긴 편지를 보내왔고
그리고 서울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정말 차겁게 마주했다
너를 신뢰 할 수 없다고
다방에서 뭔일 있었는지 무조건 의심 했던 것
반성과 시간도 주지 않고 냉정했다
그렇게 의미없는 시간이 지나면서 연락이 끊겼고
사진도 편지도 그리고 추억의 모두를 사정없이 지워버렸다.
더러운 곳에서 일하는 직업녀 너를 잊어 주겠다며
홧김에 그녀의 흔적을 모두 없애 버렸다
잘못했다고 수없이 편지를 보냈지만
돌아선 마음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휴지가 되었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난 어느날 물어 물어 찾아 갔다
왜 그곳을 찾아 갔는지는 자신도 모른다
사실은 산행 목적이었다
등산을 위해 전국에 있는 산을 거의 다녔던 때이라
예산에 있는 봉수산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희미하게 기억하던 옛 주소
예산군 광시면 동산리 바로 그녀에 고향이었다
마을앞은 예당 저수지
들녁으로 사과와 배 과수가 가득한 마을
뒷쪽에는 백제가 나당 연합군과 싸웠던 임존성터
그리고 봉수산에 천년사찰 대련사가
아픈 파편 조각을 쓸어 앉고 역사의 파수로 오두커니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나를 반기는 사람이 나타 날 것 같아
가슴이 두근 거렸다.
산을 오르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넌즈시 물었더니
아주 오래전 천안으로 이사 갔다고 한다
왜 내가 그곳을 찾아 갔을까
물론 우찌하겠다는 것은 아니었고
산을 좋아하는 산행길에
나도 모르게 발 길이 닿았던 것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가의 야생화가 비웃는 것 같다
속 좁은 밴댕이라고 .
후회를 해봤자 과거는 지나간 과거일 뿐
왜 그녀를 이해 못하고 잡아주지 못 했을까?
옛날 그때를 떠 올렸지만 아무 것도 생각나지가 않는다
이름도 얼굴도 잊혀진지 오래이다.
이제 추억들은 쓰레기통에 낡은 휴지처럼 먼지만 가득하다
2008.05.16 k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