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범이 많이 상했다 (꽁다리글) 솔새김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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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 일이 비록 몸은 고달프지만 가족들 건강하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만나서 다투지않고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 온 것 만 하여도 그저 행복 하다고 스스로 자축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김여사이다.
그러나 언제나 하루가 바쁜 우리 김 여사이다.
아이들도 다 컸고 한 푼이라도 벌어서 아이들 학비라도 보태려고 맞벌이로 바쁘다.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할까하고 골몰히 생각하며 고객을 만나러 가는 지하철에서
우리 김 여사의 손 전화에서 요란하게 벨이 울린다.
시 어머님이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여전하시다.
"애~ 너 낼 부터 추석 명절이라고 며칠 쉰다며 일찍 내려와서 일 좀 해라."
누가 이야기 했을까? 그녀는 알고 있다.
남편이 고자질 한 것을 알지만 내가 아프면 누가 손해인데 그것도 모르는 등신 같은 남편이다.
집에서도 손 까딱 않은 우리 남편 어쩌면 시엄니와 신랑하고 둘이서 똑 같을까? 누가 그 어머니에 그 아들 아니랄까 속상하다. 이럴 땐 김 여사도 왕 짜증이다.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애들 가을학기 등록금은 어쩌려고 대책이 없는 신랑이다.
침대에서 낮잠으로 시간 보내지 않으면 모처럼 쉬는 일요일은 마누라를 도와주는 눈치도 없이 등산이며 낚시며 밖으로 나 돈다.
매일같이 동당걸음으로 나 혼자 걱정하는데 도대체 어쩌려는지 통 구제불능이다.
달랑 등록금만 해주고는 그 다음부터는 아예 나한테 학기별 등록금은 전부 맡기는 우리 신랑이다.
처음부터 맞벌이 부부는 아니었다. 나이 오십이 넘도록 만년 과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랑 때문이었다. 하긴 우리 신랑도 나 만나서
고생을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잘난 남편 만나서 일요일이면 하루라도 좀 쉬고 싶지만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고 바쁘다. 그런데 나에겐 안중에도 없는 울 시 엄니이다.
그러잖아도 미운 털이 있어서 대화가 꽉 막힌 우리 고부사이란다. 그러나 어찌하랴.
시어머님 말을 들어야 집안이 편할 것 같아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다음날 고속버스를 타고 청주로 내려간다.
이것이 한국식에 며느리 신세인가 자신을 자승자박하며 입장 바꾸면 같은 여자인데 우리 어머님은 정말 너무 한다고 입이 삐죽 나와서 투덜 해보았자 내 속만 터진다.
그리고 명절 전날 오후에 신랑이 내려왔다.
김 여사가 집에 올 때는 반색도 없이 핀찮만 늘어놓던 우리 시어머니가 신랑이 내려오니까 맨발로 문 앞까지 뛰어 나가 마중을 한다. 그리고 한마디 나에게 던진다.
"애~ 아범이 많이 상했다"
이 소리 들으면 정말 내가 속상하다.
그러면 며느리인 나는 괜찮고?
어째서 자기 아들만 챙기고 이집 대를 이어 준 며느리는 안중에도
없을까? 이럴 때는 속에서 울화가 터진다. 지금 쪼그리고 앉아서 부침개를 하는 당신 며느리 고객을 만나러 돌아다녔더니 무릎이 아파서 죽겠는데 그것도 모르고 마루에서 아들과 정겹게 술 한 잔을 하고 있었다.
김 여사 괜히 울화가 치밀어 뒤 곁으로 나가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저 놈에 둥근달은 왜 이리도 내 맘을 몰라줄까? 까만 밤 하늘위로 별들은 자기들끼리 잘도 노는데 혼자서 내 무엇하고 있는가?
이럴 때 신랑이라는 사람이라도 다가와서 "여보 미안해 당신이 수고 했어. 음식 만드느라 힘들었지 어머니를 우리가 이해자구 응?"
이러면 기분이 풀릴 것 같은데도 마루에서 자기 어머니와 웃으며 재미있게 이야기 하는 걸 보니
더욱 속상해 할 수 밖에 없고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른다.
김 여사는 몇 번을 다짐한다.
나는 시어머니가 되면 며느리에게 이렇게는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자신을 맹서한다. 김 여사님 다 그런 거예요. 그래도 서울로 올라 갈 때는 어머님이 땀 흘려 농사지은 거 애들이랑 같이 먹으라고 많이 싸주시지 않나요.
예쁜 얼굴과 맘이 넉넉한 이마에 주름살 생기니까 기분을 푸세요.
나이 들수록 더 품위 있는 우화한 여인 그리고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어 주시고 풋풋한 세상에 웃음을 만들어 주세요
이제 더 많은 고객을 만나서 실적도 팍팍 오를테니 너무 걱정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
이번 가을은 김여사님에게 좋은일만 가득할 거예요 - solsae.k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