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단편소설

11. 크리스마스

시인김남식 2012. 2. 21. 10:59

11. 크리스마스               솔새김남식


현우가 혜진을 다시 만난 것은 그녀 생각을 거의 잊혀저 갈 무렵 이었다. 처음 며칠은 보고 싶어 못잊어 하며 괴로워했지만 이젠 모든 것을 현실로 받아 들렸고 그동안 하지 못한 여러 일을 열심히 했다. 회사 생활도 많이 낳아졌고 이제 인정도 받고 자리도 잡을 수 있었다. 문득문득 미련이 따르고 했지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아이들에게도 충실했다. 사실은 모든것이 부질없는 일인데도 그것들을 아쉬워하는지 모르겠다. 서로를 이해하고 한 때는 사랑이란 단어를 사용했던 혜진이 생각에 문득 멍하니 딴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다. 그래도 무엇 보다도 가슴 아파하는 것은 꼭 이별을 연출해야 되였다면 꼭 그렇게 다툼을 하며 헤어저야 하는지 그런 것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가끔 소식이 궁금하거나 보고 싶을 때는 왠지 그의 친구가 있는 문화서점에 그냥 들렸다. 그에게 가면 그녀의 근황을 웬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였다. 아쉬운 구원의 손길을 뻗는 것은 항상 언제나 현우였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봄이지나 여름이 한참이던 어느 날 이였다. 그를 만나고 싶어 현우는 그동안 몇번이나 대답도 없는 빈 전화 다이얼을 돌렸었다. 오늘도 그는 용기를 내어 전화를 하였다.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두 사람은 앙금의 오해를 풀어야 했다. 사람들이 피서를 떠난 텅빈 예나에서 이별의식을 한지 꼭 3개월 만에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와 자존심을 서로 앞 세워 가며 다투었고 그것을 이유로 헤어진 것을 어찌 서로 미워 할 수는 없었다. 아직도 그것들의 잔 뿌리가 남아 있었다.

혜진아 미안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 , , , , , , , , ,”

내가 무조건 나빴어. 그리 하는게 아니었는데

사실 오늘 나오지 않으려 했어요. 그러나 생각해보니 저도 잘못했구

밉던 곱던 미운 정을 무우 짜르듯 하는 것은 나빠! 마음 상하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해!”

요즈음 어떻게 지내세요

건강히 잘은 잊지만,,,,,”

제 생각 하지 마세요. 그리고 예전처럼 모든 일에 자신을 갖구 열심히 하세요

“,,,,,,,,,,,,,,,”

어쩜 올 가을에 결혼 할지 몰라요

혜진의 말에 현우는 당혹하며 전신이 짜릿 할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모두가 떠나가는 구나현우는 속으로 되뇌었다. 현우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 말 들을 듣기에는 조금은 짜증났다. 현우는 혜진이가 행복으로 가는 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다시 돌아 올 수는 없었다. 모두 이제 제 자리를 찾아야 했다. 이제 그를 만난 지난 몇 년은 현우에겐 좋은 추억일 뿐이었다.

미안하다. 혜진아. 그리고 축하해 정말!”

그것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이야기로 들렸는지 한참 후에 혜진에게 답변을 했다. 현우의 기분은 조금 언짢았다. 그러나 그것을 직선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잠시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그와 같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금방 느꼈다. 그리고 현우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쁘다는 핑게로 잘 가라는 말도 변변히 하지 못하고 휭하니 돌아서서 나왔다. 왜 그렇게 했는지 현우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다.




남녀의 만남이란 다 이런 것이구나 했다. 서로 필요 없으면 남남이란 말인가. 아쉬움에 못 잊어 할 때는 언제이고 그에게 냉정하게 할 때는 언제인가 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이었다. 그날 이후 혜진이 생각도 그리고 소식도 단절했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다. 또 한 계절의 세월이 지났다. 가을이 끝나는 어느날 그를 우연히 다시 만날 수가 있었다.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신나게 노래 부르고 지나고 있을 때 스치는 그를 길목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 혜진아 보고 싶었어!”

여긴 왠 일 이세요.”

두 사람 관계는 아직도 미련이 남았 있는지 인연의 끈은 떨어지지 않았다. 기억속에서 혜진의 영상이 사라 질만 하면 어디에 다시 나타나곤 했다. 어찌 된 일인지 결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그런 것들은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그럼 지난번 만날을 때의 그런 말은 거짖이란 말인가?

지난번 예나에서 미안했어. 혜진아 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친구들 일행 때문에 긴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헤어져야 했다. 이제 기억속에서 아주 떠나 버린것 같았는데 우연히 그를 만나니 새삼스레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고 있었다.

현우야 가자!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한번 만나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만나는 것은 어떤 인연의 가교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친구들이 택시 안으로 현우를 잡아 당겼다. 멀어지는 그녀를 택시에서 바라보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 다. 그리고 이튿날 현우는 어제 일을 곧 잊어 버렸다. 이제 그는 자기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자기에 시간을 찾은 듯 아이들에게도 잘 해 주며 현우는 가정에 충실하였다. 방황의 끝에서 귀로에 서있었다. 무심한 세월은 어느덧 일년의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잊혀진 사람이 가끔은 생각났지만 세월은 그것을 돌려놓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그녀의 친구들로 부터 아직도 그녀가 집에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작년에 만났을 때는 곧 결혼한다고 했는데 몹시 궁금했다. 웬일인지 꼭 한 번은 만 나야 할 사람 이였다. 그해 겨울, 한해를 보내는 12월 마지막 일요일 혜진을 다시 만 날 수가 있었다.

마지막 으로 보고 싶은데 나와 주지 않으련?,”

그녀와 약속을 하고 시내로 나갔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미끄러웠지만 아직은 다닐 만 했다. 북남로 거리에는 년말이라 그런지 들뜬 기분으로 많은 취객들이 밤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와의 지난 일을 생각하며 예나에 들어서니 ‘YOU NEEDED ME'의 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찻집에 분위기는 어수선 했지만 쉽게 그녀를 찿을 수 있었다.

혜진아. 오랜만야.”

연락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별 일이 없으셨죠? ”

! 그냥 보고 싶어서 !”

이제는 , , , , , , , , ,그리고 저 내년 봄에 진짜 결혼해요. 축하 해 줘야지요?”

만나자 마자 그 이야기 먼저 하기야?”

미안해요

현우는 심통이 있었다. 어자피 떠나야 할 사람이기에 아무런 부담을 그에게 주지 않기로 각오를 했기 때문에 지난번처럼 전율이 흐르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는 이미 그녀의 곁을 떠나 버린 것을 알았다.

! 축해 해 줘야지

미안해요 모처럼 만나서 이런 애기 해서 , , ,”

아냐 괜찮아

다시 한번 그에게서 그런 소리를 들은 현우는 내색 을 할 수는 없었다. 무조건 그를 이해하고 좋은 일이 되도록 축복 해 줘야 했다. ‘누구와 결혼하는지 알고 싶었지만 현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들려왔다. 다만 심통이 나는 현우의 자존심이 담배를 피워 물게 하였다. 그렇지만 그가 결혼 한다는 것은 축복이고 현우 자신에게는 어쩌면 방황의 끝이 될 것 같았다. 사람은 이미 만날 때 떠날 것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이제 그에게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 돌아오질 않을 사람을 멍청히 기다리는 바보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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