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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의 시인생 - 4월의노래

시인김남식 2012. 11. 12. 19:10

박목월(朴木月, 1916 ~ 1978년)


본명은 박영종(朴泳鍾)  필명 목월

본관은 경주(慶州) 경상남도 고성군(慶尙南道 固城郡) 출생


경상북도 월성군 경주읍(慶尙北道 月城郡 慶州邑)에서 성장

한국 시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토속적 이미지의 작품을 남겼으며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집 발간

18세인 1933년, 개벽사에서 발행하는 잡지 《어린이》에 동시 통딱딱 통짝짝이 뽑혔고

같은 해, 《신가정》 6월호에 그의 시 제비맞이가 당선되어 동시를 주로 쓰는 시인으로 알려지었다.


1940년, 《문장》 9월호에 「가을 어스름」, 「연륜」으로 추천 완료하여 본격적으로 문단에 데뷔

계성중학교 이화여자고등학교 교사 한국시인협회 회장(1968) 한양대학교 문리대학 학장(1976)

홍익대학교와 서라벌예술대학, 중앙대학교의 강사 1959년 4월 한양대학교 조교수

1954년 제3회 아세아자유문학상 1968년 대한민국 문예상 1969년 서울시 문화상
1972년 국민훈장 모란장



4월의 노래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청노루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열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윤사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고 엿듣고 있다

 

가정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 구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 삼(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 구문 반(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의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 구문 반(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이런 詩                                                 

슬며시 다가와서

나의 어깨를 툭치며

아는 체 하는

그런 詩,
대수롭지 않게
스쳐가는 듯한 말씨로써
가슴을 쩡 울리게 하는
그런 詩,
읽고 나면
아, 그런가부다 하고
지내쳤다가
어느 순간에
번개처럼
번쩍 떠오르는
그런 詩,
투박하고
어수룩하고
은근하면서
슬기로운
그런 詩
슬며시
하늘 한자락이
바다에 적셔지 듯한,
푸나무와
푸나무 사이의
싱그러운
그것 같은

그런 詩,
밤 늦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쳐다보는,
갈라진 구름 틈서리로
밤하늘의
눈동자 같은
그런 詩.

 

바람소리

늦게 돌아오는 장성한 아이를 근심하는 밤의 바람 소리
댓입 소리 같은 것에 어버이의 정이 흐느낀다.
자식이 원술까, 그릴 리야

못난 것이 못난 것이
늙을수록 잔 정(情)만 붙어서
못난 것이 못난 것이
어버이 구실을 하느라고
귀를 막고 돌아누울 수 없는 밤에 바람소리를 듣는다.
적료(寂廖)한 귀여


童詩


옛날옛날

아가, 옛날이 언젤까?

외양간 당나귀가

아직아직 어려서

그래서 두 귀가

콩잎만큼 작을적에

그때가 옛날이지

 

아저씨 댁 삽사리

아직아직 어려서

그래서 툇청위로

흙발로 다닐 때

그때가 옛날이지

 

사랑방 할머니가

아직아직 어려서

할머니  나막신이

초생달보다도 작을 적에

그때가 옛날이지

 

얼룩 송아지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 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귀도 얼룩 귀

귀가 닮았네

 


물새알 산새알

물새는

물새라서 바닷가 바위틈에

알을 낳는다.

보오얗게 하얀

물새알.

 

산새는

산새라서 잎수풀 둥지 안에

알을 낳는다.

알락달락 얼룩진

산새알.

 

물새알은

간간하고 짭쪼롬한

미역냄새.

바다냄새.

 

산새알은

달콤하고 향긋한

풀꽃냄새

이슬냄새

 

물새알은

믈새알이라서

날개죽지 하얀

물새가 된다

 

산새알은

산새알이라서

머리 꼭지에 빨간 댕기를 들인

산새가 된다

 


호박꽃

감나무에 열린 감이

빠알갛게 익었는데

철늦은 호박꽃이

피었습니다.

-이제 피면 어쩌지

-언제 호박이 열리게

그러나

호박꽃은

손으로 입을 막고

어허허

어허허

큰 소리로 웃습니다


경주 '동리목월문학관' 에서 2004.10.20 solsae.k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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