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서리 솔새김남식
해마다 여름이 다가오면
앞마을 시냇가 모래밭에 둘러앉아
모닥불 피워놓고 별을 헤며
꿈을 키워왔던 어린시절이 그리워진다
삼삼오오 강가 모래밭에 나와
여자들 멱감는 모습을 훔쳐 보며 키끽 거렸고
강 건너 아무게 영감님 참외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위해 서리하던 날
할아버지 코고는 소리를 신호로
참외밭에 기어 들어가
닥치는 대로 덜익은 참외만
듬뿍 따다가
먹다 남은 참외는 모래밭에 내 던지고
장난 치고는 너무했던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죄송해서 웃음을 못 참는다.
여름날의 추억을 간직했던 고향은
참 많이도 변해 있다.
어쩌다가 시골에 내려가 보면
낯선 얼굴이 더 많이 보이고
별을 헤던 소년의 얼굴은
주름살로 여물어 가니
어제 같던 개구쟁이 그 시절
꿈속에서나마 그리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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