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作業노트

참외서리

시인김남식 2009. 7. 31. 08:47

참외 서리    솔새김남식

 

해마다 여름이 다가오면

앞마을 시냇가 모래밭에 둘러앉아

모닥불 피워놓고 별을 헤며

꿈을 키워왔던 어린시절이 그리워진다


삼삼오오 강가 모래밭에 나와

여자들 멱감는 모습을 훔쳐 보며 키끽 거렸고 

강 건너 아무게 영감님 참외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위해 서리하던 날


할아버지 코고는 소리를 신호로

참외밭에 기어 들어가

닥치는 대로 덜익은 참외만

듬뿍 따다가

먹다 남은 참외는 모래밭에 내 던지고 


장난 치고는 너무했던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죄송해서 웃음을 못 참는다.

여름날의 추억을 간직했던 고향은

참 많이도 변해 있다.


어쩌다가 시골에 내려가 보면
낯선 얼굴이 더 많이 보이고

별을 헤던 소년의 얼굴은

주름살로 여물어 가니

어제 같던 개구쟁이 그 시절

꿈속에서나마 그리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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