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서/낭만찻집

씁쓸한 토요일 오후

시인김남식 2015. 7. 8. 20:36

씁쓸한 토요일 오후  솔새김남식

 

엊그제 반공일 지인의 칠순잔치에 갔었습니다
건대뒤 부페식당에 들어서니
사람도 많았고 푸짐하게 먹을것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그래 오랜만에 몸 보신하기로 
그간 부실한 내 몸을 여기서 보충하리다
굳게 약속을 하고

커다란 접시를 들고 한바퀴 둘러보았지요

집에서 매일 먹는 음식은 빼고...
몇가지 주섬주섬 담다가
내 눈에 확 보이는 새우 튀김

그거 있잖소 대하
요거 한번 먹어보자.
정력에 왔따지ㅎㅎㅎ
이히이힉

 
공짜니가 마니 묵어야지
회심에 미소를 지으며 이렇때 욕심 한번 내볼까
대여섯 마리를 접시에 담으니
한접시 가득했습죠
그리고 내 자리로 돌아와 자리 앉아서

한 마리씩 포획을 해서 치아로 사정없이 쪼는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 생겼습니다

아~ 글씨...
요놈에 새우 거시끼가
내 입속에서 씅질을 부리는데.
뭐냐면....
이걸 말하면 안 되는데 비밀인데

조옴 창피해서 ..
새우 다리인가?

뿔인가? 
내 보기엔 작은 넘인데 이렇 수가 있는가요




하튼 날카로운게 입 속에서 씅질을 부리는데
혀를 돌려도 움직이지 않고 요동하더이다
결국은 그 넘이 혀를 깊숙히 뚫고 들어갔습니다

치명사고가 발생
우이할꼬..
아파서 한참을 실갱이 하고 있는데  
어~ 이젠 피까지 나오더이다
아픈 것은 둘째치고서
입은 크게 벌린채 손가락 넣고서

어찌좀 해보려고 하는데
근데요

뿔이 입안에서 잘 빠지질 않터이다.


입안에 피가 가득 고이는데 은근히 겁이 덜컹나더이다
불과 4.5초 사이에 벌어진 일
이거 이러다가 죽는게 아닌가하고
이 좋은 세상 구경을 다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하직을 하다니
억울하게 새우 먹다가 질식사
[새우 먹다가 죽었다고...]
혹여 테레비와 신문에 나오면 우이하노

아직 더 할일이 많은데
사람들은 내가 아파하는 줄도 모르고서
왜 그래 왜그래 하며 
아주 맛잊게 먹고 있으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더이다


은근히 화도 나고 겁도 나고
나이 걸맞게 갑자기 눈물이 피잉 도는데

사는게 그잔아요

입에서 이젠 피가 좀 많이 나기 시작하는데
할 수 없이 
부리나게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면서 새우 뿔수염을 간신히 빼긴 뺏는데..

.

아~
입안으로 피가 마구 흐르며 혀는 아파 오고
정말 죽갔대요
손가락으로 지혈을 하고
한참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었지요

119를 불러야할지 망서리는데

죽기야 하겠나하며 맘을 가라않히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뒤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아파서 눈물을 찔끔 하는데
글씨요
하숙집 아줌마가 더 밉대요
조신하게 먹질 못하고 하며 옆에서 잔소릴 끌어 붓는데
난 아무 소리도 못하고
씅질 죽이는라고 아주 혼났습니다



십여분 지나니가 통증은 가셨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눈요기만 하고 쓸쓸히 돌아와야 했지요

어딜가거든 고거 대하인가 새우인가
제발 좀 잘 드이소
남자라고 손대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그냥 겁데기도 까지 않은채
성급한 마음에 한 입에 넣다가 아주 혼납습다 
치아도 성하지 않은 나이
늙으막게 호되게 아품을 치뤘답니다

축의금 십만냥을 냈는데 본전도 못 찾고

부페 식장을 그냥 나오는데 정말 배가 몹시 고팠지요 


혀가 아파서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긴 싫고

양수리 두물머리에 가서

시원한 강물에 혓바람 쏘이고 마음을 잠시 진정을 시키는데   
갑자기 삶과 인생이 허무하게 느끼고 
무엇이 급해서 허겁지겁 그렇게 먹어야 했는지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아서 그런게 아닌가하고
그래서 그냥  헛 웃음만 나옵디다.


집에 오는 길 봉창이 칼국수로 늦은 점심을 때웠지요
나이가 들면 왜 자꾸 이러는지 몰갔습니다

우리 하숙집 뚱순이 아지매는

여기서도 칼국시를 한대접을 비우는데

얄밉기는 하더이다

하튼 토요일 오후 저는 즐말 창피했습니다

이제는 과욕을 버리고 살아야겠어요

무엇이든 이제 큰욕심 내지말고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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