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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 사슴

시인김남식 2015. 5. 29. 20:46

노천명盧天命 (1912년 ~ 1957년)              솔새김남식

 

.

 

아명은 기선(基善)으로 1912년 황해도 장연에서 태어나 1918년 서울로 이주했고

진명여고를 거쳐 이화여전에 다녔다.

조선일보와 중일일보 그리고 매일신보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연극에 출연하기도 하였고 1938년에 최초의 시집 ‘산호림’ 을 세상에 소개하였다.

 

 

 

6.25때는 월북 했다가 내려온 좌파 문인들이 주도한 ‘조선문학인 동맹’에 가입하여

활동했던 전력으로 서울 수복후 체포되어 20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문인들의 구명운동으로 

1951년 4월 투옥된 지 6개월 만에 사면되어 석방되었다.

그후 6년 노천명은 인왕산 자락, 서촌의 한옥에서 살다가 46세의 나이에 재생불량성 빈혈로

行旅病者의 고향 서울 은평구 시립병원에서 쓸쓸히 눈을 감는다.

 

 

그의 묘는 고양시 대자동 천주교 묘지에 언니 노기용과 함께 있다

평생을 미혼으로 살다 1957년 사망한 시인은 처음에는 서울 중곡동

천주교 묘지에 묻혔다가 개발에 밀려

1973년 지금의 자리로 이장(移葬)을 하였다. 

노천명은 친일 詩를 지은 경력 때문에 친일파로 분류되어 친일인명 사전에 

수록 되었으며 시비 건립을 하려 했으나 시민단체서 반대를 하고있다.

노천명은 지성과 감성을 두루 갖춘 전형적인 한국 여인으로써

모윤숙, 최정희등과 문학과 인생의 평생 동지로 지냈으며 모윤숙은 이광수를

최정희는 김동환을 노천명은 당시 보성 전문의 경제학과 교수인

감광진을 사랑했다고 하는데 모두가 가정을 가지고 있는 유부남으로

이들은 당시 사회 풍조에서 정말 보기 드물 정도의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김광진이 보성전문 교수시절 평양에서 체호프의 앵화원이라는 연극을 관람중에 모윤숙가 함께 연극배우로

출연한 조선일보 기자였던 노천명에게 반하게 된다.

웬만한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도도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노천명은 김광진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

두사람은 약혼까지 하며 결혼 준비를 하지만 본처의 반대로 노천명은 가련한 신세가 된다

 

 

그런데 이들의 사랑을 소재로 해서 김광진의 동료교수였던 헌법학자 유진오가 이혼(1939년)이라는 소설을 쓰자

충격을 받았으며 이에 동료 여성 문인들이 유진오를 찾아가 삿대질을 하며 싸웠다는데 결국 노천명의 수모를 

세간에 더욱 알려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천명을 극도로 좌절시킨 것은 김광진이 당시 인기 가수였으며 이효석의 생전 마지막 연인이었던

왕수복과 함께 월북을 하게 된다.

이후 김광진은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 있다가 1986년에 죽었으며 왕수복은 공훈배우가 되어

나이 여든에 김정일의 호의로 독창회까지 열고 2003년에 죽었다.

 

 

아무튼 노천명은 평생 동안 결코 지워 낼 수 없는 깊은 內傷을 입게 되었으며 비운의 여인이라고 민족의 수난

못지 않게 개인적 고난을 많이 겪었던 사람이었지만 그의 詩는 예술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그녀는 여섯살때 홍역 앓다가 죽을 고비에서 살아나자 하늘이 주신 天命이라 하여 이름을 천명으로 개명했지만

결백증으로 누구나 함부로 대할 수없는 고고한 성격으로 고독과 빈궁속에 평생을 쓸쓸히 지내다가 일생을 마첬다

 

 

노천명(세례명;베로니가)의 묘는 고양시 대자동 천주교 공원묘지에 언니 노기용(세례명;노무시아)과 함께 있으며

공원묘지에는 똑같은 묘들이 수없이 많아 혼자서는 찾기 어려우며 墓가 특이하게 석관으로 되어 있다

  

 

당시 친일은 우리에겐 씻을 수 없는 비극이었고 오명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친일 논란을 일으킨 일부 문학인들은

문학관에 이어 生家까지 복원릏 하고 있지만  고향도 가족도 없는 그에게는 아무 것도 현재 없으며

단지 친일행적 때문에 아름다운 詩와  一生까지 잊혀지고 있다. 

  

 

시집에 ‘창변’(1945) ‘별을 쳐다보며’ (1953) 수필집에 ‘산딸기’(1950), ‘나의 생활백서’(1954)

'사슴의노래' (1958)  ‘여성서간문독본’(1955) 등이 있다

 

 

 

노명천 시 모음 

 

 

당신을 위해  노천명

 

장미모양 으스러지게 곱게 되는
사랑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죠?
감히 손에 손을 잡을 수도 없고
속삭이기에는 좋은 나이에 열없고

그래서 눈은 하늘만을 쳐다보면
얘기는 우정 딴 데로 빗나가고
차디찬 몸짓으로
뜨거운 맘을 감추는 이런 일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죠

행여 이런 마음 알지 않을까 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그가 모르기를 바라며
말없이 지나가려는 여인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죠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애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고별   노천명
 

어제 나에게 찬사와 꽃다발을 던지고
우뢰같은 박수를 보내주던 인사들
오늘은 멸시의 눈초리로 혹은 무심히 내 앞을 지나쳐 버린다.

청춘을 바친 이 땅
오늘 내 머리에는 용수가 씌워졌다

고도에라도 좋으니 차라리 머언 곳으로
나를 보내 다오
뱃사공은 나와 방언이 달라도 좋다.

내가 떠나면
정든 책상은 고물상이 업어갈 것이고
아끼던 책들은 천덕꾼이가 되어 장터로 나갈게다

.

나와 친하던 이들 또 나를 시기하던 이들
잔을 들어라 그대들과 나 사이에
마지막인 작별의 잔을 높이 들자

우정이라는 것 또한 신의라는 것
이것은 다 어디 있는 것이냐
생쥐에게나 뜯어 먹게 던져 주어라

온갖 화근이였던 이름 석자를
갈기갈기 찢어서 바다에 던져버리련다
나를 어디 떨어진 섬으로 멀리멀리 보내다오

.

눈물어린 얼굴을 돌이키고
나는 이곳을 떠나련다
개 짖는 마을들아
닭이 새벽을 알리는 촌가들아
잘있거라

별이 있고
하늘이 있고
거기 자유가 닫혀지지 않는 곳이라면...


임 오신던 날

 

임오시던날
버선발로 달려가 맞았으련만
굳이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쳤음이오리까?
늦으셨다 노여움이오리까?

그도저도 아니오이다.

그저 자꾸 눈물이 나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해설 kns
그저 자꾸만 눈물이 나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윗 시는 참 느낌있는 시였다

우리가 살다보면 이런 일이 간혹있다

너무 반가워 ~

너무 기뻐서 ~

그냥 울고 말았다는 그런 느낌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그쵸?

갠히 그 사람을 보면 눈물이 나는 사랑

그런 사랑이 자꾸 그리워지는 게 아닐런지요.

戀愛할 때 자주 이용하기도 했다

 

 

 

사슴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너는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

물가의 제 그림자를 보고

잃었던 옛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 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 지하철 3호선 홍제역 양재방면 맨뒷쪽

     그리고 1호선 종로3가 청량리 방향 1.5호선 환승출구 쪽에 盧天命의 사슴詩 가 있다

 

 

 

노천명의 대표적인 친일 행적

 

1942년 조광 2월호에 祈願 발표
1942년 2월 19일 매일신보에 싱가폴 함락 발표
1942년 조광 3월호에 戰勝의 날 발표
1942년 3월 4일 매일신보에 부인 근로대 발표
1943년 8월 5일 매일신보에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발표
1943년 국민문학 6월호에 여인 연성 발표

 

戰勝의 날 - 노천명 (매일신보 1942년)

 

거리거리에 日章旗 깃발이 물결을 친다
亞細亞民族의 큰 잔칫날-
오늘 [싱가폴]을 떨어뜨린 이感激
고운 處女들아 꽃을 꺾어라
南洋 兄弟들에게 꽃다발을 보내자
비둘기를 날리자
눈이 커서

슬픈 兄弟들이여
代代로 너희가 섬겨온 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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