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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 초혼

시인김남식 2015. 6. 14. 11:45

김소월 (1902년 ~ 1934년)

 

본명 김정식(金廷湜) 본관 공주(公州)

평안북도 구성군 출생하여 곽산군에서 성장했다 

 

그는 평안북도 곽산 남산보통학교 졸업, 정주 오산고등학교

수료하고 경성 배재고등보통학교 졸업 일본 도쿄 상과대학교를 중퇴했다.

1920년 창조(創造)에 낭인(浪人)의 봄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1922년 《개벽》에 대표작 진달래 꽃을 발표.

 

대표작

산유화, 진달래꽃, 엄마야누나야, 먼 후일, 산유화, 접동새, 가는 길, 초혼, 개여울,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등등가곡의 20%가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그 수에서

가곡시인 中 1위를 차지

.

1981년 금관문화훈장(1등급)이 추서 되었다.

 

 

평안북도 곽산 남산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15년 평안북도 정주 오산고등보통학교에서

조만식과 문학스승인 김억을 만났으며 1920년 동인지 《창조》 5호에 시를 처음 발표하였다.

오산학교를 다니는 동안 김소월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으며

1925년에는 생전에 낸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을 발간하였다.

3·1 운동 이후 오산학교가 문을 닫자 경성 배재고등보통학교 5학년에 편입해서 졸업했다.

.

 

1923년에는 일본 도쿄 상과대학교에 입학했으나 관동대지진 발생으로 중퇴하고 귀국

고향으로 돌아가서 조부가 경영하는 광산일을 도왔으나 실패 하고

이어 구성군 남시에서 개설한 동아일보 지국마저 실패하는 바람에 극도의 빈곤에 시달려서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술로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서구 문학이 범람하던 암울했던 일제시대 민족 고유의 정서에 기반을 둔 詩를 쓴

민족 시인이었으나 1934년 32살의 젊은 나이에 아편으로 음독 자살하는 비운을 맞는다.

 

 

 

김소월 시모음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밟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눈물이 수르르 흘러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당신이 하도 못잊게 그리워서.
그리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잊히지도 않는 그 사람은
아주나 내버린 것이 아닌데도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가뜩이나 설운 맘이
떠나지 못할 運에 떠난 것도 같아서,
생각하면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

.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 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 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은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 오 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 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길 

어제도 하루 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 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가고 오지 못한다'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 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요.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님에게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추거운 베갯 가의 꿈은 있지만

낯 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고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추거운 베갯 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님의 노래
그리운 우리임의 고운노래는

언제나 제가슴에 젖어있어요
긴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임의 고운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래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누워도

내 잠은 포근히 깊이들어요

그러나 자다깨면 임의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 버려요
들으면 듣는대로 임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말아요

 

부모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가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잊어
야삼경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져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되면,
그림자 같이 당신한테로 가오리다.

오오, 나의 애인이었던 당신이여.

 
옛 이야기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며는
어스레한 등불에 밤이 오며는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마한 세상을 보냈읍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었읍니다

그런데 우리 임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읍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어 두었던
옛이야기뿐만은 남았읍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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