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生活수필

전기밥통

시인김남식 2008. 2. 8. 19:55

전기밥통               솔새김남식

 

대법원 판결에서 결정된지 7년만에 전두환 전대통령이 훈장과 외교 여권까지

며칠전 정부에 반납했다고 한다.
이제 온전한 시민으로 돌아 간 것이다
그간 결정을 따르지 않고 버티다가 최근에 와서 벌금 수천억도 정리 했다.
그는 국민 모두가 뻔뻔하다고 느꼈을 정도로 전직 대통령으로써 품위도 버리고
어떤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는 잘은 모르겠으나
이제껏 버티고 국민들 손가락을 받아 가며 자존심도 버리고 20여년을 살아 왔을까?
그가 역사에 증언하고 갈 내용이 무척 많지만 아직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을 체념한듯 이젠 국립묘지도 안 가겠다고 하는 그가
통치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훗날 아주 먼 훗날 100년후 역사에 맡기자.

.
지금 나는 전두환과 전기 밥통을 이야기 하고저 한다.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있는 백수들을 언제인가부터 밥통이라고 불렀다
일도 안하고 밥만 축 낸다고 붙인 속어이다

나이가 드니 이제 내가 그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그 밥통이 드디어 사건을 일으킨 적이 있다
- 그것도 하나 못하는 밥통 - 바로 전두환 대통령이 만든 말이다
1983년 일본 여행을 갔던 주부단체 회원들이 빠짐없이
일제 ‘코끼리 전자밥솥’을 사온 게 언론에 대서 특필 된 적이 있었다
여행을 간다고 일본으로 나가서 너도나도 밥통을 사 오는 바람에
그 당시에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때가 있었다.
외화 낭비라는 수식어와 함께 시중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주부들을 탓하는 대신
“밥통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밥통들” 이라며
아랫 사람들에게 호통 쳤다고 한다.

 


그리고는 “6개월 내에 밥솥 못 만들면 밥 먹을 생각들 말라” 는 엄명에
전문가들이 죄다 모여 양질의 국산 전자밥솥 개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물 넘칠까 밥 탈까 노심초사 할 필요 없이 물만 부으면 밥이 되는
전자 밥솥이 대중화 됐으니 주부들로선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은 고가의 압력 밥솥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지구촌 미개국 어느 곳에서는 음식을 요리할 때 나무를 태워 그 화력을 이용하여
음식을 조리하니 많은 시간으로 고생한다.
그러나 전기밥솥인 쿠크는 버튼만 누르면 갖가지 요리를 해주고 종료 시간까지
알려주니 얼마나 편리한 기계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주부라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고마워해야 할 빚(?)이  하나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주부들을 탓하는 대신 “밥통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밥통들” 이라 했기에
빠른 시일내 밥통을 만들었고 지금은 세계적인 명품이다.
이제는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밥통을 사 가는 형편이 되었다
암튼 거친 세상을 살아 가려면 그것도 하나 못하는 밥통들이란 말은 듣지 않아야 살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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