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산문꽁트

늑대만도 못한 놈

시인김남식 2014. 1. 26. 15:16

늑대만도 못한 놈      솔새김남식


좀 오래된 어느 해인가 휴가 기념으로 건너 마을에 사는 순이랑 부산 해운대로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우리는 광안리. 태종대. 해운대를 마지막으로 밤 늦게까지 돌아 다니다가 통행 금지에 임박했다.

그래서 할수 없이 낯선 어느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우릴 연인으로 보았는지

방이 하나 밖에 없다고 한다. 사실 우리들은 모두 가난해서 방을 두 개 얻을 돈은 없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내가 얼만큼이나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내 딴은 일부러 사실은

통행금지 시간까지 시간을 끌고 여기저기로 싸 돌아 다녔던 것이다.
1978년 그 당시 해운대는 해변쪽 큰 길 번화가를 빼 놓고는 뒷 골목은 거의 진수렁 이였고 

민박집과 여인숙이 즐비한 허름한 동네였다.

거리에는 지금은 볼 수없는 포장마차와 길거리 음식이 즐비했다  

중국집에서 짜장면 하나와 그녀에겐 우동을 시켜서 저녁을 먹었다 

성격이 소심해서 여자와 처음 여인숙에 가는게 두려워서 고량주 한병을 시켜서 컵에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술을 컵에 따라 먹는 것을 보던 그녀가 이상하게 바라 보았다

술이한잔 들어가니 용기가 생기자 나는 어렵게 이왕 내려 왔으니 내일은 용두산 공원과 광복동

자갈치시장 맛있는 회도 사먹고 올라가는게 옳지않냐며 저녁을 먹으면서 내가 먼저 하룻밤을 우겼다.

여인숙에는 사내답게 앞장서서 먼저 들어갔고 그녀가 멈짗하더니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왔다  

여인숙 실내는 깨끗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룻밤 정도는 묶을수 있었다

그저 세수만 대충하고 방에 들어온 우리 두사람은 처음 만난 사람처럼 낯설어하며

앉아 있기도 하고 서성거리기 하며 서로 눈치작전에 들어갔다

내가 먼저 이곳에 오자고 했지만 사내답지 못한 채 머슥하게 구석진 곳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냥 서로가 밋밋하게 붉은 전등불만 바라다 보고 있는데 왜 그렇게 쑥수럽고 멎쩍었는지
난감하기도 하고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나쁜짓 하려고 계획적인 것도 아니었는데 무슨 죄진 것 같은 느낌이였다
그녀가 그냥 밤차로 올라 가자고 했을때 바로 가야 했는데 오히려 낙점은 받지 않을까도 생각하였다 

그때는 방에 텔레비젼도 없었기 때문에 바라볼 것은 벽과 천장 그리고 상대의 얼굴이었다

하여튼 얼마의 침묵에 시간이 흘렀다 
결국 나는 방 한 가운데 소지품을 모두 꺼내서 금을 그었다
그리고
"순아 !! 나아~~ 이 선을 절대로 안 넘을 테니 걱정 말고 잠 자라우. 응? 알았지"
하고는 벌러덩 윗 목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아까 먹었던 술이 좀 올라 있었다

원래 술을 못 하는데 군대서 들은 풍월이 있어서 술은 먹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넘어 오면 안돼" 
얼마 후 새치 눈을 뜨고 바라 보니까 그녀는 그대로 쪼그리고 앉아 눈을 멀둥멀둥 창밖을 바로 보고 있었다
술취한 취객들이 이따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지가 졸리면 자겠지하고 그냥 모른체 술에 억눌린채 이내 잠이 들은 것 같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녔던터라서 우찌 졸렸던지 금새 잠이 들어서 코를 골고 꿈나라를 향해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얼마 후 두부장수의 딸랑개비 소리와 창가로 햇볕이 쏟아지는 것을 느끼며 잠에서 일어났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날이 밝아 온다고 했듯이 어느새 날이 밝은 것이다
아~~근데...
아랫목에 있어야 할 순이가 없어진 것이다 
화장실에 갔나하고 급히 나가서 찾아 보니 보이지를 않는다 

당황한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보던 여인숙 아주머니 나를 보고 무언가 눈치를 챈듯이 코 웃음을 친다
그리고 꼬기하게 접은 종이 뭉치를 건네며
"어제 그 색씨가 가면서 주대예~"
편지임을 대뜸 눈치 채고
"어데 갔어요"
"새벽에 집에 간다면 갓는데~"
"........"
"어제 태극기 안 꼽았구먼 쯔쯔...."
"그게 먼 소리래요"

어찌나 창피하고 낯이 부끄럽던지 얼른 방으로 들어와서 짐을 챙기며 순이가 주고 간 쪽지를 펼처 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런저런 사설을 몇자 늘어 놓더니 마지막 이야기에서 이런 글로 마무리 하였다  
"이 늑대만도 못한 놈~~~"



 

도데체 이 늑대만도 못한 놈이란 소리가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다
여자들에게 사기치고 도망가는 나쁜 남자를 간혹 그렇게 부른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늑대만도 못한 놈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부산까지 따라와서 돈 한푼도 안쓰고 간 년이 나보고 늑대라니 꽨씸하였다   

낫선 방에서 남자랑 하룻 밤을 묶는 그녀가 걱정 할까봐서 여자의 순결을 지켜 주었을 뿐인데
나 보고 늑대라니 정말 기가막힐 노릇이였다

물에 빠진넘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 놓라는 격이였다

군발이가 무슨 돈이 있다고 엄마를 졸라서 얻은 용돈까지 지년 때문에 다 썼는데  
작은 여행 가방을 혼자 들고 나오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공연히 화가 났다
나를 어떻게 보고 늑대만도 못한 놈이라니 지가 더 나쁜년이지

같이 왔으면 둘이서 정답게 서울로 올라 갈 것이지 혼자서 도망을 가다니 하며 혼자서 투덜거렸다

그리고 여인숙 골목을 나오면서 화풀이 할 때가 없었다
마침 골목길에는 누군가 마시고 버린 음료수 캔이 내 눈에 띄였다
그것을 냅따 발로 걷어찼다
아~~그런데 이게 어찌 된일인가?
건너편 미장원 가게에서 연탄불을 갈러 나오던 아주머니의 머리 통을 명중했으니
'아야~~'
그 소리가 들리자 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는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지금 이 순간은 붙잡히지 않고 도망치는게 내가 살아서 서울로 올라가는 유일한 묘책 이였다

큰길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시내버스를 타고 부산역으로 곧장 가서 열차에 몸을 싣었다           
서울 여자라고 혹시 다른 놈이 우째 하지는 안았나 걱정도 하고 올라오는 열차에서도 마음이 불안했다
그해 여름휴가는 그녀를 꼬시지도 못한채 그렇게 의미없이 지나갔다.

우리는 서울로 돌아와서는 서로 오랫동안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리고 군 제대후 집에 돌아와 오니 순이는 돈많은 영감한테 재추로 시집 갔다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러데 기분이 드럽게 나빴다
더구나 나도 잘 알고 있는 큰길 건너편에서 건재상을 하며 동네에서도 거드름을 곧잘 떠는 부잣집 박 영감이였다 
지난 봄에 마누라가 산정호수로 관광 뱃놀이를 갔다가 배가 뒤집혀서 영감은 살아 남고 마누라는 익사 했다고 했다
그때 동네 사람들은 영감이 새 장가를 가려고 일부러 어지럼타는 아내와 뱃놀이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지만 경찰에서는 그 진의를 발견하지 못하고 수사를 일찍 종결했지만 사람들은 순사까지 돈으로

매수했다고 수근거렸지만 박영감 때문에 풀칠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지 더이상 진실은 알수 없었다  
순이가 시집 갔다는 그 소리를 제대 후 친구들에게 듣고는 에잇~ 늑대만도 못한 년이라고 욕을 마구 해 댔다  

"이 늑대만도 못한 놈~~~"

누가 누구한테 먼저 해야 할 소리인데 하고 못난 나를 질책하고 스스로 꾸짖었다
"태극기" 라는 소리도 나 중에 선배 형한테 그 사설을 듣고서 여인숙 아주머니의 말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인숙을 인숙이네집 이라고 여관을 관희네집 이라고 하는 말도 순진하게 처음 알았다 
'인숙이네 집에 갈까 아니면 관희네 집에 갈까' 하고 말이다

학교 성적인 상위급인 나는 공부 벌레였기에 그 당시는 그런것에는 참으로 멍천했다
여자를 겁탈 할 줄도 몰랐고 아껴 주는게 사랑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여자 여러명을 꽁짜로 보내는 아품을 껶기도 했지만 그것도 사랑이라고 믿었다   
순이도 그 중에 한명의 여자였다
지금은 고급 승용차를 몰고 친정에 와서는 돈을 뿌리고 돌아 다닌다고 친구들이 만나면 어김없이 이야기 해준다
아마 나를 만났으면 말단 공무원 주방장 아줌마밖에 못했을것이다

지금생각하면 그때 미련없이 그녀를 박영감에게 잘 보낸 것이다.

오히려 나한테  더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나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랑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나이 서른이 되고서야 여자를 만나면 우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고

또 다른 세상에서 여자를 다루는 방법도 스스로 터득하였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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