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산문꽁트

지붕위에 바이얼린 letter

시인김남식 2010. 10. 12. 15:13

      지붕위에 바이얼린    솔새김남식

       

      가을이 깊어가는 흔적을 피부로 느끼다가 문득 당신께

      이 편지를 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않아도 오래전 부터 한번쯤은 소리나는 대로 편지를 써 보고 싶었습니다.

      막걸리 한잔 걸죽하게 하여 취한 육자배기 가락 형식으로

      한 넉두리를 하고 싶지만 무슨 깊은 한이 있어 그런 푸념이 나오겠습니까

      이번이 아니면 매번 또 세월만 흘러 보낼것 같아서 딴에는 작정하고 쓰는 편지입니다.

      아주 오랜 만에 써 보는 편지의 군데군데

      그릇 깨어지는 소리가 있더라도 행여 접지 마시고 읽어 주기 바랍니다.

      .

      실은 엊그제 부터 쓰고자 했으나, 말문이 트이지 않아서 그냥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났지요.

      차라리 말문을 닫고 그냥 속으로 접어두고 사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면

      그렇게 하리라 생각하고 그래서 딴에는 계산 된 여행이었지요

      오랜만에 동해의 일출을 보면서 당신에게 진실되게 하지 못한 말을

      해 보리라 했건만 어찌된 게 날씨도 절 방해를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비오는 낙산사에서 검푸른 파도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시간도 참 좋았답니다.

      당신이 나 보다 더 카량한 성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나 또한 그런 사람을 즐겨 만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

      잘 알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게 지금은 더 심해서 아예 사람을 만날 생각이나 약속 같은 것은

      안 하고 사는 편이지요

      누군가에게 또 다시 상처받기 싫어서인지도 모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에 대한 욕심을 잃었기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던게 오래전의 생각이었답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을 짐작하건데

      아마 잘 하는 일이라고 절 격려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항상 내 생각이 당신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지요

       

      그러나 왠지 오늘은 당신에게 인정받는 조금은 더 가까운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낙산사에서의 깊은 밤 대숲에서 바람에 서걱거리는 소리와

      맞부딪혀 오는 파도 소리가

      깊은 적멸의 시간과 함께 사랑과 인생 그리고

      생과 사를 더욱 더 느끼게 해주네요

       

      현실은 어떻게 현실인 줄 알고

      꿈은 어떻게 꿈 인줄 아는가 하는 생각 하나로

      밤새 씨름 하다가 혼자 꼬박 밤을 새우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제게 있어서 제 마음을 앗아간 사람

      그러나 다시 돌려 달라고 하지는 않으렵니다

       

       

      .

      이슬비가 촉촉히 내리는 의상대 기둥에 기대서서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조금은 차가운 새벽 공기는 내 숨구멍을 탁 열어 놓는 청량제 같았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잊는 忘意忘念의 공간 속에서

      왜 불현 듯 당신이 떠오르는지 내가 나 아닌 줄 착각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때가 아마 새벽 5시쯤일 것 같습니다

      .

      그게 아마 인연이었나 잠시 생각하기도 했고 

      하지만 시간을 잊고 지내는 공간이니 더 이상 잡지 못하고 닫아 버렸답니다

      다래헌 앞 너른 의자에 걸터 앉아서 고요히 포말을 일으키다 사라지는

      파도의 울부짖는 소리에 귀를 귀울이다가

      문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별과 만남, 빛과 빛의 생성과 함께

      소멸까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신에게 할 말은 태산 같은데 오늘도 기어이 뱉어내지 못하고

      언저리만 맴돌다 또 말 문을 닫고 마는 우둔함을 자책하며

      당신에게 할 말을 그냥 무언으로 바람에 날려 보냅니다

      아마 그것은 당신은 내 맘을 전부 다 알고 있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이 맘을 솔직하게 소리내어 당신에게 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녕 그런 날이 있기는 할 것인지 또한 하염없는 기약하고 맙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당신은 제게 언젠가 말했지요?

      날 보고 사랑을 알지 못하는 바보라고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여태껏 긴 세월을 살아 왔는데

      알고 보니 전 사랑을 몰랐던 바보가 아니라

      가슴엔 사랑이 가득하여 아니 너무 넘쳐 났는데 표현하지 아니하고

      표현할 줄 몰랐던 그런 시간이 있었나 봅니다

       

      그러나 이미 기차는 떠나가 버린 뒤

      그래도 아쉬움에 미련은 왜 이리도 많은지 정말 모르겠네요.

      기약없는 날을 또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지

      사랑을 쫒아가는 하이에나처럼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늘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시고

      당신과 함께했던 그 시간을 오래도록 가슴에 담고 기억 하렵니다

      solsae, kns 

      .

      듣기좋은 참 좋은 음악이 한시간 가량 흐릅니다. 시간 있으면 들어 보세요 
                                                                                                     이글은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의 애절한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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