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이 송승헌과 연우진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17일 방송된 MBC 수목미니시리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태상(송승헌)과의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려는 미도(신세경)가 재희(연우진)를 밀어내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서 그를 잊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미도는 재희와 공원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며 "그 사람한테 이상한 오해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여기서 인연을 끝낼 것을 선언했다. 하지만 둘만의 단란했던 이날의 공원 데이트는 미도의 마음에도 오랜 아쉬움으로 남는데.
이날 감옥에서 출소한 창희(김서오)는 구용갑(이창훈)을 폭행한 혐의로 다시금 경찰에 연행되어가며 회사를 어수선한 분위기로 만든다. 이에 미도는 태상에게 불쾌한 내색을 했고, 예민해 있던 태상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태상의 날카로운 모습에 미도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채 복잡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는데, 책방 앞 칠판에 재희가 남겨둔 '이 봄이 좋아, 네가 있어서'라는 글귀가 미도의 시선에 들어온다.
재희가 직접 쓴 듯한 그 문장을 보고 미도는 태상에게 받은 상처가 조금은 위로받는 듯 한데. 곧 그가 남겨둔 메시지를 "유치하게..."라고 낮게 읊조리며 지운 후 자신의 마음이 담긴 메시지를 남긴다.
이 문장은 1993년 문학잡지 '상상'을 통해 발표해 이듬해 제25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故박완서의 단편소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의 한 구절이다.
작품 전체가 동서지간의 전화 통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소설은 운동권 시위도중 쇠파이프에 맞아 죽은 아들의 어머니가 민가협이라는 단체에 가입하면서 의식이 바뀌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실체가 없어 만질 수 없는 아들을 향한 슬픔을 이기기 위해 자신을 민주투사로 포장해가며 독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어머니의 이중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어머니의 깊은 '슬픔'을 느낀다.
마음이 편안하고도 슬펐어요.
세상을 하직하면서 한평생의 헛되고 헛됨을
돌아다보는 기분이 그런 거 아닐까요.
편안한데도 이상하게 위로받고 싶었어요.
-박완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中
미도는 이 문장을 칠판 위에 옮겨 적으며 문장의 출처인 작품의 제목을 적는 것이 아니라 '너의 소중한 하루 中'이라고 적는다. 낮에 공원에서 이별을 고하며 더이상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아도 되는 미도의 마음은 편안했지만, 재희를 잊어야 하는 마음은 여전히 슬프고 아픈 미도.
미도는 자신과 너무도 다른 세계의 사람인 태상과 자신을 꿈꾸게 하는 사람인 재희 가운데에서 과연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11일 방송된 MBC 수목미니시리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괌에서 운명처럼 재희(연우진)를 만난 미도(신세경)가 행복감으로 충만한 사흘을 보낸 뒤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름다운 자연풍광 속에서 재희와 함께했던 사흘이 미도는 꿈만 같은데, 예고도 없이 괌에 등장한 태상(송승헌)으로 인해 미도는 꿈에서 깬 듯 현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결심한 듯 재희와의 약속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른다.
홀로 남겨진 재희는 미도가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자 상실감을 느끼지만 '약속을 못 지킨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자위하며 미도와의 재회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으로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내가 그 앞을 지날 때 이 글이 적혀있다면 미도씨를 만나러 가겠습니다"라며 시의 한 구절을 보낸다.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이 글은 현실의 비애와 소박한 삶을 맑고 아름다운 시선으로 포착해내는 시인 안도현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 수록되어 있는 '나에게 보내는 노래' 의 첫 구절이다.
미도는 아버지의 책방에서 이 시가 적혀 있는 책을 찾아 읽고 책방 입구에 있는 칠판에 시구를 옮겨 적는다. 하지만 곧 마음이 변했는지 적은 글을 지워버리는데.
태상이 미도의 집에 처음 인사를 온 날, 미도의 마음을 얻었다는 기쁨에 들뜬 태상은 불이 꺼져있는 책방에 몰래 들어가 미도가 펼쳐둔 시집에서 이 시를 읽는다. 그리고 마음에 들어 칠판 위에 옮겨 적어둔 글은 우연히도 재희가 써달라고 요청했던 구절.
태상의 우연한 행동으로 인해 재희와 미도는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되고, 세 사람은 잔인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간다. 과연 재희는 미도의 마음 속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집이란, 돌아가 편히 쉬는 곳이 아니라
국물을 끓여먹고 등짝을 데우는 곳이 아니라
단지 떠나야 할 때 구두끈을 조여매는 곳
떠나지 않고는 돌아올 수 없으니
정작 돌아오려거든 늘 떠나야 한다
-안도현 <나에게 보내는 노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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