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요칼럼

비목

시인김남식 2009. 8. 18. 17:52

양구 화천 비목공원 - 솔새김남식

 

1964년,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계곡, 비무장지대
평화의댐 북방 14km 휴전선 부근을 순찰하던 한 청년 장교 한명희 당시 25세 소위가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이끼 낀 무명 용사의 돌무덤 하나를 발견 합니다.

 

6.25때 숨진 어느 무명 용사의 무덤인 듯
옆에는 녹슨 철모가 딩굴고 있었고 무덤 머리의 십자가 비목(碑木) 은 썩어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보였습니다.




녹슨 철모...
이끼 덮인 돌무덤...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새 하얀 산목련.
화약 냄새가 쓸고 간 깊은 계곡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
그는 돌무덤의 주인이 자신과 같은 젊은이였을 거라는 깊은 애상에 잠깁니다.

 


그후 4년 뒤 당시 동양방송(TBC) 에서 일하던 한명희 PD에게 평소 알고 지내던

장일남 작곡가는 (한양대 음대 명예교수, 2006년9월 별세) 가곡에 쓸 가사 하나를 지어 달라고 부탁 했습니다



군에 있을 때 보아둔 돌무덤과 비목의 잔상이
가슴 속에 맺혀 있던 한명희 PD는 즉시 펜을 들고 가사를 써 내려갑니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젊은 넋을 기리는  "비목"의 가사는 이렇게 탄생이 되었답니다.

 

이 노래는 70년대 중반 부터 "가고파",  "그리운 금강산"과 더불어 한국인의 3대

애창곡으로 널리 불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초연(硝煙, 화약의 연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가곡 "비목" 의 고향인 강원도 화천군에는 전쟁과 분단의 흔적들이 아직도 서려 있습니다.


6.25 당시 화천댐을 놓고 벌인 치열한 공방전으로 붉게 물들었던 파로호는
군사정권 시절 댐 건설의 필요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던 평화의 댐은 민통선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댐 옆에는 가곡 "비목" 의 탄생을 기념하는  '비목공원'이 들어섰다.


평화의 댐 파로호는 호수 모양이 전설의 새 대붕(大鵬) 을 닮았다고 해서 원 이름은 대붕호(大鵬湖).
그러던 것이 1951년 화천댐 공방전에서 국군이 중공군 3개 사단을 물리치고 대승을 거두자

훗날 이곳을 방문했던 이승만 대통령이 "적을 격파하고 포로를 많이 잡았다" 는 뜻으로
"파로호(破虜湖)" 라는 새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파로호는 1944년, 화천댐 건설로 생긴 인공호수로 산 속의 바다라고도 불립니다.
호수에는 쏘가리, 잉어 등 70여종의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파로호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는 화천읍에서 평화의 댐으로 가는 460번 지방도 오른쪽에 있다.
파로호 휴게소에 차를 대고 5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비목공원은 1998년, 가곡 '비목' 을 기념해서 만들었다.
산비탈에 돌로 한반도 모양의 단을 쌓았고 곳곳에 돌 무덤과 비목을 세웠습니다.


비목공원주차장 입구에 "비목" 노래비가 서 있어 방문자들은 누구나 한번씩 그 앞에 서서

가사를 되새겨 본다고 합니다.
현재 비목공원에는 기념탑 외에 철조망을 두른 언덕 안에 녹슨 철모를 얹은 나무 십자가들
이 십여개 서 있어 한국 전쟁이라는 민족 비극의 아픔을 되 새기게 해줍니다.

 

비목 詩碑 화천군에서는 매년 6월 3일부터 6일까지 이곳 비목 공원과 화천읍내 강변에 들어서 있는

붕어섬 등에서 "비목 문화제"를 개최 합니다.
진중가요, 시낭송 등으로 짜여진 추모제, 비목깎기 대회, 주먹밥 먹기대회, 병영체험, 군악 퍼레이드를 합니다
비목공원에서 내려다 보면 산자락이 마치 톱니 바퀴처럼 맞물렸고 그 사이로 북한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비목의 주인공과 많은 선열들의 숭고한 넋을 생각하며

"비목"의 가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가곡 '비목'은 적막에의 두려움과 전쟁의 비참함,
그리고 그 때문에 더욱 간절한 향수등이 서정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는 노래입니다.

 


 

현 충 일                  솔새김 남 식


아침 10시에 울리는

사이렌소리에 귀가 번득

오늘은 현충일

조기(弔旗) 다는 날

나라위해 순국한 영령들을 생각하면

정말 고마운 날이다.


선열들이 있기에

나라가 이만큼 반듯해졌다고

해마다 유월이 되면

혼미했던 그날들이 새삼

떠오른다.


이름 없이 피었다가 숨져간

영령들에 꽃들이

넋이 되어

어디엔가 있는 듯 하여

하늘을 우러러 본다.


포탄 터지는 뜨거운 전선에서

이름 없는 묘비가 되여

흘린 피 헛되지 않으리라고

조국은 그대들을

불멸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다.

 

6.25를 되돌아 보며 전쟁이라는 참화를 느끼기 보다는 그것을 잃어버리는 망각이 더 무섭다고 한다.

60여년전 이 땅에는 이념과 이념이 충돌하며 동족과 동족이 총부리를 겨누었던 전쟁에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하에 주어진 것 임을 알고

올바른 역사 인식과 새로운 각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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