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선비가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갔다가 거울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서울에 가서 제 모습을 비추어 주는 거울을 보니 너무나 신기해서 많은 돈을 주고 그 거울을 사온 것이다. 선비는 거울을 남 몰래 감추어 두고 아침저녁으로 혼자만 꺼내서 제 모습을 비추어 보곤 하였다.
어느 날 선비의 아내는 남편이 무엇인가를 농 속에서 꺼내어서는 혼자만 보고 도로 감추고 하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그래서 남편이 나간 사이에 도대체 무엇을 감추어 두고 그러는지 궁금함을 참지 못하여 농 속에서 슬그머니 그것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순간 아내는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젊은 여자의 모습이 불쑥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질투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아내는 시어머니한테 쫓아가서 거울을 보이며 남편이 서울에 가더니 젊은 첩을 얻어다 몰래 농 속에 감추어 두었다고 울며, 불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시어머니는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하면서 거울을 받아들고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늙은 여인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애 아가야, 어디 첩이 잇느냐? 건넛마을 할머니가 마실(마을)와서 여기 있네 그래?"
했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시아버지가 무엇을 가지고 수다를 떠냐고 나무라면서 자기도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이번에는 늙은 할머니 대신 늙은 할아버지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더니 두 무릎을 꿇고 말씨도 공손히,
"아버님, 무슨 일이 있으시기에 이렇게 현령(顯靈) 하셨습니까?"
하고 절을 했다.
며느리는 분명히 젊은 첩의 모습을 보았는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싶어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여전히 아까의 젊은 첩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화가 치민 며느리는 첩에게 요사를 부리지 말라고 야단을 쳤다.
그랬더니 첩도 흉내를 내어 입을 놀리는 것이었다.
며느리가 점점 약이 올라 야단을 치면 첩도 지지 않고 며느리가 하는
대로 흉내를 냈으므로 나중에는 끝내 거울을 깨고 말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