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서/낭만찻집

은행잎의 추억

시인김남식 2016. 10. 31. 20:51

은행잎의 추억 솔새김남식

 

오늘이 입동이란다

겨울이 일찍 오려는지 바람이 불때마다 가로수에서

은행잎이 힘없이 우수수 떨어진다.

옛날에는 은행잎을 주워서 책 갈피에 넣곤 하였다.

그리고 잊은 듯한 추운 어느날 문득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책을 펴 보면 은행잎이 아주 예쁘게 누워있다.


은행잎은 다시 단풍잎과 같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다

물감으로 내 마음을 그려서

그 사람에게 편지 보낼때 마다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거리에 흩어진 은행잎을 밟고 지나쳐도 아무 느낌이 없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바라보면 왠지 마음이 헛헛해진다


가을은 사내들에게는 문득문득 술 생각이 나는 계절이다.

칸델라 불빛이 스며나는 포장마차에서 홍합 안주에 소주 한 잔이면 그만이었다

주머니가 두둑하면 참새구이나 닭꼬치 안주이다

그리고 지나간 옛사랑이 그리워지고 옆꾸리가 시리지 않도록

팔짱을 끼워 줄 연인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오라는 사람이 없어도 불현듯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세월을 치유할 명약을 찾아 무작정 짐을 쌓야하는 날이 내게도 있을까

가방에는 몇가지 두서없이 넣고 그리고

남은 빈자리에는 허한 마음을 구겨 넣는다

하지만 막상 나서면 갈 때도 없으면서 머릿속엔 여러 곳을 다녀왔다


'빈 밤을 오가는 마음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둠에 갈 곳 모르고 외로워 헤매는 미로'

라디오서 들려 오는 최성수의 구성진 노래가 오늘 따라 왜 이리 가슴을 여미는지 ....



이럴 때는 혈맹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뚜렷한 목적지도 정하지 못 하면서

고연히 자신을 투덜대기만 한다




이럴때는 숨겨논 애인하나 없으니 주변머리 없는 옹색한 자신을 어찌하랴 

또 지부지처로 애꿎은 술로 인생을 달래본다. solsae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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