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좋은명시

황혼 사춘기

시인김남식 2013. 6. 2. 09:26

 

황혼의 사춘기 

남식

 

아직은 휘날리는 바람이고 싶다.
조용한 정원에 핀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아니하고

꽃잎을 살짝 흔드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비프스테이크가 맛 있더라도 음악이 없으면 허전하고
언제 보아도 머리가 청결한 아가씨가

써빙해야 마음이 흐뭇한 노년의 신사이고 싶다.

 

 

선생님이라고도 부르지 마라
질풍노도 같은 바람은 아닐지라도
여인의 치맛 자락을 살짝 흔드는 산들 바람으로 저무는

노년을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오빠라고 불러다오.

 


 

핸드폰으로 문자를 날리고
독수리 타법이지만 컴퓨터도 다루고

길가에 꽃들을 보면 디카로 담아

메일을 보낼줄 아는 센스있는 노년이고 싶다

 

 

가끔은 소주 한병에 취해
다음날까지 개운하지 않더라도
마음 통하는 여인과 함께라면 밤늦게 노닥거리는

재미를 느끼는 바람둥이이고 싶다.

 

 

아직은 립스틱 짙게 바른 여자를 보면 살내음이 전해와서

가슴에 잔잔한 파동이 일으키는 나이
세월은 어느덧 황혼이지만 머물기 보단 바람 부는 대로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나이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이제 젊은 오빠라고 불러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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