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길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이 맞장구를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 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만약 내가 한두 곳 한두 가지만 제대로 감상했더라면, 두고두고 되새겨질 자산이 되었을 걸. 내 친구도 성현과 같아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제 자리서 탄로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약간의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바랄 뿐이다.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 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고 사는 아량도 같기를 바란다. 그 보다는 자기답게 사는 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 |
유안진詩人과 함께 201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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