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서/야담설화

박목월 "이별의노래" 러브스토리

시인김남식 2016. 10. 23. 08:57

이별의노래 박목월의 사랑이야기      솔새김남식




가을에 붉게 피던 단풍이 이젠 까맣게 낙엽으로 변해가는 11월이 되면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어느덧 느끼게 됩니다
영국의 낭만파시인 바이런은

詩人이 되려면 사랑에 빠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詩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분명히 그 싯속에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가는 세월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는 떠나가야만 합니다

그런데 인간으로써 아니라 시인으로써 사랑에 빠지면

사랑이 어떻게 용해되어 가는 가를 목월의 詩에서 그것을 엿 볼수가 있습니다

하늘 구만리 바람은 싸늘하게 불어오고 가을도 사랑도 저물어 갑니다
흰눈이 사그락 사그락 쌓이던 겨울밤 홀로 촛불을 밝혀 두고

이밤이 가면 떠나 가야 할 睦月의 운명과 함께 기러기는 슬피 울어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목월의 사랑과 이별의 詩에 잠시만 젖어 봅시다

 

목월이 경주에서 금융조합 서기로 일하던 때 공주처녀 유익순과

불국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직장 친구의 妻弟여서 혼담이 오고 가다가 결혼을 하게됩니다

목월은 시인이기 전에 아홉 식구의 가장으로

한국 동란을 전후한 빈궁하고 핍박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로 이 땅의 아이들에게 동심을 키워준

동요시인 박영종(1916년~1978년)

아니 박목월은 청록파의 시인으로써 많은 명시들을 써 내려 갑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슬프고도 아름다운 아픈 사랑이 있었습니다.

목월이 6.25 동란으로 대구로 피란 내려 가 있던 1952년 봄

시인과 詩를 좋아하는 서울의 명문 여대생인 문학소녀 H를 교회에서 만나게 됩니다.

.

                                                                   사진=종마목장에 있는 두쌍소나무 kns


H와의 만남은 다음해 서울 환도와 함께 H가 서울로 올라 오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집니다
목월은 이성의 사랑으로 싹트는 H의 태도가 존경을 넘어서는 기미를 보이자
H를 잘 설득해 달라고 후배 시인에게 부탁을 해 보지만

목월이 보낸 후배 시인에게 H는
 "나는 사랑 이상의 것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라고
타오르는 그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는 그녀에 無償의 사랑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러던 그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 때까지 목월은 어디론가 아무도 모르게 잠적하게 됩니다
행방을 찻던 사람들은 H와 제주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게 나중에 알려지게 됩니다
그 사랑의 도피 생활이 넉달째나 이어지던 어느날

목월의 부인 유익순은 새로 손수 만든 남편 목월의 옷과 H의 겨울 한복과 그리고

생활비에 쓸돈 봉투를 들고 유익순은 제주도로 목월을 찾아 갑니다
목월은 너그러운 아내를 보자 자신에 마음을 달래기 시작했고 끝내는 목월은 H와 헤어집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 와 김성태곡으로 널리 애창되는 목월의 詩
'이별의 노래' 는 그 H를 두고 지은 것으로

서울로 올라온 목월은 바로 아내와 아들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효자동에서
하숙 생활을 얼마 동안 하다가 뒤늦게 집으로 돌아옵니다


'사랑 하느냐고....'
'지금도 눈물어린 눈이 바람에 휩쓸린다' 라고 했던 그 사랑 H를 지금도 사랑하냐고....."
사랑은 아무도 모른다고 그래서 사랑이란 참으로 무상한 것이라고

목월은 평생토록 그 사랑을 詩속에 심다가 어느날 붓을 놓고 떠나 갑니다.

"자기 평생에 가장 소중한 이름 하나를 감출 줄 모르는 헤프고 어리석은 바보는 없을것이다 

소중한 비밀 한두 가지를 가슴에 간직해 두지 않고는

허전해서 어떻게 살 수 있을 것인가" 라고

박목월 그는 말했습니다
저 하늘 구만리 기러기 울어예는 가을속으로 박목월은 세상을 떠나갑니다
그들에 비밀스런 러브스토이는 文學을 하는 이들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 보다도 그 사랑을 얻은 박목월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H는 과연 누구일까?

아직도 비밀에 있는 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흐르는 세월속에서 또 한 해의 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그래서 가을은 참 서글픈 계절이라 하였다
우리의 나이도 어느덧 이순을 넘어서고 청춘은 덧없이 그렇게 가고 있다



옛사랑을 찾아간 박목월 두번째이야기       整理 솔새김남식


박목월은 노년이 되여서 H라는 옛사랑을 찻아간 이야기를

[종말에 의미] 라는 수필을 남겨 놓았다

지금 부터 옛사랑을 찾아간 박목월의 재밋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음 글을 보면 박목월은 H양을 피해 제주에 내려와 궁여지책으로 교사를 하고 있었고

後에 H양이 따라 온 것 같다고 했다  

 

[ 그녀가 바다를 건너왔을 때, 나는 당황했을 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길을 걸으며 궁리를 해봤지만 숨어서 살 곳이 이 세상에는 없을듯 했다.
눈물에 젖은 그의 긴 눈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얼굴을 외면한 채 말이 없었다.
 - 수녀가 되지요.
마음에 없던 말을 하던 그녀는 차창에 얼굴을 부비며 울고 떠났다
그 후로 소식이 막혔다
산과 바다와 구름이 가로놓인 채 어언간 삼십여년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날 찬비가 뿌린다
숙연하게 내리는 빗소리에 문득 붓을 놓고 귀를 기울인다.
이제 인생도 살만큼 살았다.
지난 시간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더욱 짧을 것이다.
다시 그를 만날 기회는 없을 것이며, 만나도 서로의 얼굴 조차 기억 할 것인가.
그 후로 나의 회한의 강물도 흐를 만큼 흘러 버리고, 바닥이 드러났다
이렇게 우리의 인연은 영영 그쳐버릴 것인가.” ] 라고 회상 하는데

윗 글은 H가 제주에 왔을 때의 심정인 것 같다  

그리고  ‘수녀가 되겠다.’ 는 말은 상심한 H양이 한 말로

 ‘중이 되겠다.’ ‘수녀가 되겠다’ 는 말은

당시 상심한 남녀가 헤어질때 누구나 흔히들 내 뱉는 단골 레퍼토리 언어이다

 

 

.

그리고 박목월의 아내 유익순(97년작고 78세)은 '밤에 쓴 인생론' 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 남편이 30대 말기에 여성 문제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치러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다짐했고 종국에는 가정으로 돌아오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다만 하나님만 의지해서 참고 기다렸다 ] 고 적었다 

목월은 제주에서 헤여진 후 오랫동안 이 여인을 잊지 못 했다고 한다.

1960년대초에 쓴 그의 일기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12월 10일(일) 맑음

내세(來世)를 믿느냐

이것은 지난 목요일, 수도여사대에서 어느 학생이 질문한 말이다.

너무 엄청난 질문이므로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나는 꼭 같은 질문을 한 10년전에 내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물어본 일이 있었다.]  
내세는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 산다는 미래의 세상

아마 현실에서는 이룰수없는 사랑이야기를 죽어서라도 같이 살자는 뜻이었다  

목월이 서울에 돌아온 후 H양을 떠 올리며 쓴 시로는 주장 할 수는 없지만

눈물의 Fairy (요정妖精의 뜻)로 알려져 있는 詩가 있다
                                                             

 

 

눈물의 Fairy


흐릿한 봄 밤을
문득 맺은 인연의

달무리를 타고

먼 나라에서

나들이 온
눈물의 훼어리.
(손아귀에 쏙드는 하얗고

가벼운 손)

그도 나를 사랑했다.


옛날에 흔들리는 나리꽃 한 송이
긴 목에 울음을

머금고 웃는
눈매 

그 이름
눈물의 훼어리······
.

.

그리고 박목월은 이별의 노래가 여대생 H양과의 이별을 노래한 것이란 소문은
오래 전 부터 듣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책 (구름에 달 가듯이, 1973년, 1979년 삼중당)에

<이별의 노래>를 짓게 된 동기를 써 놓았는데 다소 추상적이었다.
이별의 노래가 H가 아니고 오래전 부터 알고 있는

또 다른 여인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박목월은 <구름에 달 가듯이>의 몇 대목을 인용하면 ......


[세상에서 널리 불려진 이별의 노래에서 내가 노래한 상대가 누구냐고하는

 묻는 질문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자기 평생에 가장 소중한 이름 하나를 감출줄 모르는

 헤프고 어리석은 바보도 없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목월은 “30년 가까운 세월의 저편 끝에서 찾아오는 한 사람의 나그네 같은 심정이었다”

라고했던 ‘종말의 의미’ 란 그의 글에서 그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아래와 같이 적고있다.

 

[내가 그녀를 방문한 것은 눈발이 내리는 날이었다.
백발이 되면 죽기 전에 한 번쯤 만나 보고 이승을 하직 하려니 하고
젊은 날에 마음 속으로 다짐하던 그녀를 찾아가게 된 것이다.
물론 내가 벼르던 만큼의 백발이 된 것은 아니다.  
문이 열렸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막혔던 하나의 통로(通路)가 이제 열리는 것이다.
미소를 띤 그녀의 모습, 문득 나는 외면해 버렸다.
외면해 버렸다기 보다 고개가 절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왜 외면해 버렸을까! 나도 모를 일이다
유리창에는 여전히 눈발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미소를 띤 채 ---.

그렇다.
나도 미소를 띠고 있었다.

미소를 띤 채 서로가 건너다 보기 위하여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세웠으며
또한 얼마나 나 자신을 채찍질해야 했던가.
하지만 그것은 지난 일이다.
지금 그녀와 나는 서로 미소 띤 얼굴로 물끄러미 건너다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일어섰다. 이제 하직해야 할 때가 이르게 된 것이다
이승을 떠나기 전에 꼭 한번 다시 만나 보려던 젊은 날의 그 새롭고도 눈물겨운
결심을 이루게 된 오늘의 내 발걸음은 무척 허전하고도 가벼웠다
]



그렇다면 그들의 만남을 '픽션'으로 한번 그려보자   solsae kns

목월은 세월이 한참 흐른 후 그 여인 H를 만났다. 

그녀는 결혼을 했고 어린 아들도 있었다.

그로 부터 30년이 지난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날 이었다
老시인이 된 박목월은 옛날 자신이 사랑했던 女大生을 찾아 나선다
이미 그 여대생도 결혼하여 중년 여인이 되여 있었던 것이었다

창밖에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 보며 두사람은 응접실에 마주 앉아 있었다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많은 말을 나누지는 못했다
"늘 선생님에 소문만 듣고 있었습니다. 몸이 많이 불편하시다는 말씀을 들었기에...."
중년 여성이 된 그녀는 가만히 입을 열어 말 했다

박목월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 이었고
서로 눈이 마주치자 이내 창박으로 부끄러운듯 시선을 돌렸다
밖에는 소담스러운 첫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박목월은 가족 이야기를 물었고 중년 여성은 간단하게 대답을 하였다


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두사람은 30여년 동안 얽힌 사연들을

마음으로 서로 주고 받았다
차 한잔을 마신 후 박목월은 일어섰다
"몸 조심히 건강 하세요"
중년 여성이 말했고 박목월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 이었다
골목길을 벗어날 때 노신사는 고개를 돌렸다
중년 여성은 그때까지 대문간에 서서 이 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어느덧 그 눈발 사이로 그녀의 모습은 점점 지워져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것으로 끝 이었다

윤리적으로 볼때 분명히 불륜이지만 두사람의 사랑은 눈처럼 순수하였다
너무 깨끗하여 불륜이란 단어 조차 아름답기에 사랑이야말로

사람에게서 가장 순수한 향기였다.

 


목월은 이승을 떠나기 전에 꼭 한번 다시 만나 보려던

젊은 날의 그 결심을 이룬 이 극적인 해후의 뒤에 '방문(訪問)' 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詩를 남겼다. 

 

방문(訪問)


이제 그를  방문했다.
겨우 쓸쓸한 미소가 마련되었다.
겨우 그를 방문했다.
이제 내가 가는 길에 눈이 뿌렸다.
그는 집에 있었다.
하얗게 마른 꽃대궁이 그는 나를 영접했다.


손을 맞아 들이는 응접실에서.
그의 눈에는 영원히 멎지 않을 눈발이 어렸다
나의 눈에도 눈발이 내린다
사람의 인연이란 꿈이 오가는 통로에
가볍게 울리는 응답(應答).


차가 나왔다
손님으로써 조용히 드는

담담하고 향기로운 것이 팔푼쯤 잔에 차 있다.
이제 그를 방문했다.
겨우 쓸쓸한 미소가 마련 되었다.
겨우 그를 하직했다.
하직 맙시다.

 

그리고 H를 만나고 난 뒤 이듬해 睦月은 1978년 3월 24일 새벽

산책길에서 돌아온 후 63세의 나이에 고혈압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그 사랑도 쓸쓸하게 마감을 하게 된다

출처: '박목월시전집' 이남호엮음,

          민음사2003 엄광용 '아침편지에서' 일부인용 solsae. kns  

 

이별의 노래 - 박목월작시 김성태작곡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이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 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이별의 노래' 는 가을이 되면 독창회에서는 항상 빠지지 않는 레파토리가 되었다.

1952년 11월 대구에 내려온 박목월은 김성태와 

어스름한 저녁 술집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새로 지은 詩 라면서

 '이별의 노래' 가 적힌 쪽지를 내 밀었다. 

그리고 바로 감흥을 즉흥적으로 멜로디로 옮겼다고 한다


                                                                                                                                       2006.11.22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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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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