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낯선길로 떠나본다 솔새김남식
외로워도 좋다 그냥 쓸쓸해도 좋다
누군가 옆에 와서 치근대지 않아서 그저 좋다
쫄아 빠진 오징어 한 마리에 뚜껑 따진 소주한 병
종이 컵에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야간열차를 타고 무작정 낯선 곳을 찾는다
잘근잘근 고독을 씹다가 새벽 여운이 감도는
어느 낯선 정거장에서 내린다
아직은 춥지 않으니 연탄 난로를 벗삼아
빈 대합실에서 쭈그리구 앉아
날이 새길 기다린다
얼마후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서
컵 라면으로 해장을 한다
갈 겆이가 막 끝난 한적한 시골 논밭길을
을씨년스럽게 터벅터벅 걷다가
성에 눈 발이 내려앉은 산 길로 들어선다
인생이 어떻고 청춘이 어쩌고
머리통이 깨지도록 고뇌를 해봐도
뽀족수가 먹통이다
사는게 다아 그런 것인데 뭐
혼자 별나게 살아 온 것도 아니거늘
인생이란 바람처럼 왔다가
빈 손으로 떠난다 하지 않은가
한 낮의 햇살이 차가움을 밀어낼 때
철새들이 어딘가로 분주히 날아간다
까질한 촌티에서 고드름이 내리면
해저녁 떠나는 열차에 몸을 싣고
돌아 가야하지 않겠는가
서산 마루에 걸려있는 눈섭달이
추위에 떨고 있는지 유난히 거무스레히 보인다
2006.11.25 솔새 김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