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서/낭만찻집

마누라 오줌

시인김남식 2008. 11. 7. 11:58

 마누라 오줌           

                                         김남식


초등학교 다닐 때 여선생님은 화장실 안 가는 줄 알았다.
또래의 남자애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며 자랐다.
대변은 몰라도 소변은 어림잡아 하루 서너번은 마려울 텐데
화장실 가는 것을 온종일 보질 못했다.
 
여자 아이들이 화장실에 들어가 있을 때면 
문밖에서 짓궂은 남자아이들 발걸음 소리라도 나면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지른다.

그 때문에 꼭 한 사람이 문밖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인지 결혼해서 아내가

화장실에 앉아있는 모습을 참 보기 힘 들었다.
어느때인가 심술로 화장실에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면

한사코 문을 꼭 잠그며 부끄러워 들어 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은 웬일인지

화장실에 들어가도 마누라가 문을 잠그지 않는다.
더 우스운건 내가 들어가도 당당하게 하던 일을 끝낸다

오히려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면 내가 들어오길 기다린다
그리고는 반갑게 일어나서 한마디 한다.
"여보! 그냥 볼일 보고 내꺼하고 같이 물 내려!"

물을 절약해야 한다며 그렇게 말 한다

.

어찌된 일인지 이제는 마누라 오줌까지

내려야하는 팔자가 되었다

참 순진하게 자라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진다

지금은 세월이 너무 지나가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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