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서/낭만찻집

그 사람에게 쓰는 편지

시인김남식 2008. 6. 22. 20:57


그 사람에게 쓰는 편지


그 사람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동안 안녕하시냐고

당신에 대한 모든 것 그대로 남아 있다고

다만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뿐

그 사람도 가슴 아플 거란 생각에

보고 싶다는 말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뭘 생각하는지 뭘 하고 있는지

예전처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행복 했으면 좋겠구요

 

그러나 며칠이 지났어도 답장이 오지 않습니다

조금은 슬프지만 집착은 버렸습니다.

내게도 행복이 찾아오길 기다립니다.

흐르는 것은 시간이지만 아파 오는 것은

내 마음이라서 맑은 햇살도 예쁘게 안 보이고

스치는 모든 것이 너무나 귀찮은 듯합니다.

.

사람들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해요

하지만 내겐 너무 늦고 지겨울 때가 있지요

삶이 지치고 흐느적거림은 이 또한 기쁨이 없는 탓일까

내가 싫어하는 모든 것들이 어서 지나갔으면

일 년은 더 참아야 내 길을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 사람으로 인하여

내 삶이 이렇게 엉망이 될수 있단 말인가

 

그냥 모두를 떠나고 싶다

주어진 현실에서 가로막힌 모든 것을 털어내고

나를 위해 살고 싶다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이젠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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