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2 詩冊

첫눈이 오는날

시인김남식 2018. 11. 24. 10:20

첫눈이 오는 날  솔새김남식


첫눈은 느닷없이 오는 눈이다
그것도 일 년 만에….
첫눈이 오는 날은 왠지 기분이 묘하고 술렁인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대문 앞 삽살개까지 꼬리를 흔든다


첫눈이 오는 날은 누군가에게서 꼭 연락이 올 것 같다

멀리 떨어진 친구 아니면

영영 소식이 없던 그 어떤 사람에게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그래서 첫눈을 마중하러 나간다


나뭇잎이 한두 잎 매달린 나뭇가지 위에

어설픈 가을 막 풀덤불 위에도

그리고 도시의 지붕 위에도

세상의 모든 것을 하얗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 남은 것은 내 맘뿐


첫눈이 오는 날은 모두를 용서할 것 같다

작은 오해에서 빚어진 토라짐부터 주먹다짐까지

첫눈을 구실삼아 술 한잔 하자면

서로 얼었던 마음이 눈처럼 녹을 것 같다

오래전에 헤어진 그 사람까지도


>

'습작 > 제2 詩冊'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 안에 있었기에  (0) 2018.12.31
안개낀 겨울강가  (0) 2018.11.29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  (0) 2018.08.13
걷다보니   (0) 2018.07.13
어깨   (0) 2018.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