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좋은명시

선운사에서

시인김남식 2007. 2. 6. 19:59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note

그녀의 시는 언제나 날이 서 있다.

그녀의 마음을 읽노라면 언제나 서늘하여....

눈처럼 나리던 꽃잎을 보노라니 문득 그녀의 마음이 그리웠다.

그리고 사랑하는데 1초. 잊는데 영영 한참이라는 말

꽃이피고 지는 것과 사랑하고 잊는 것과 비교하는 것은 우리의 삶과 같다.

이 시는 몇해전 어느 보험사의 안내 책자에서 처음 발견했다

그래서 귀절이 좋아서 그때 암송했지만 아마 선운사의 동백꽃을 노래한듯 

2005.05.06  solsae kns



최영미(1961 ~ ) 서울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수료

1992년 계간 [창작과 비평]겨울호에 <속초에서>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서른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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