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2 詩冊

정말 그런 날이 있었지

시인김남식 2017. 9. 26. 21:15


정말 그런 날이 있었지  솔새김남식


정말 그런 날이 있었지

아무렇게나 던져 있던 핸드폰에

혼자만의 비밀 문을 만들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던 때가 있었지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지

 

너무 늦은 나이에

생각할 여유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분홍빛으로 물들인 그 사건

하루 해가 어떻게 가는 줄 몰랐었다

이런 말 어떨지 몰라도

난생 처음 설레던 그런 날이 있었지

 

그러나 시간의 힘은 정말 대단했어

어느새 그 사랑도

세월에 밀려 멀어져 가고

언제부터인가 거실 한 쪽 저만치

나 동그라져 있는 핸드폰

왠지 모를 그림자만 드리우고

 

어느 것 하나 의미 없이 지내다 보니

그저 인생이 허무할 뿐

내생에 참 좋은

그런 날이 정말 또 있을까마는

가랑비에 젖는 옷깃처럼

한없이 쓸쓸해지는 마음을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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