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감성편지

널 만나고 돌아오는 길

시인김남식 2006. 11. 6. 13:53
널 만나고 돌아 오던 길 솔새김남식



언젠가 널 만나고 돌아 오던 그날은 겨울비가 많이 내렸지
지하철을 타려고 막 계단을 내려 가다가
네가 혹시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 줄 알고
문득 뒤를 돌아다 보니 넌 저만치 가고 있었다

어서 가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못내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돌려야 했다.
나혼자 이러는 게 아닌가하고 자책을 하다가 엉겹결에 탄 지하철이
반대 방향으로 가는 줄도 모르고 눈을 지긋이 감고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는 걸 직감으로 느꼈지만
누구나 자신에 의지대로 안되는게 있다면 그건 아마 사랑하는 일이기에
널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아뭏튼 이런저런 생각에 원치않은 곳에서 내려 먼길을 돌아서 왔다.




지하철역 주변 목로주점
빈자리가 없도록 사람들로 가득한 담배향이 짙은 곳에서
술이 한 두잔이 들어가니까 용기가 생기더라 자신도 있고
그래서 씩씩하게 달려가기로 했다


넌 저 만큼 떨어저 경계 하겠지만
사랑이 어디 그리쉽게만 오던가
취가가 가득해서 주점을 나오는데
살며시 함박눈이 내리더구나


옷깃에 떨어져 금새 녹아내린 눈처럼
네 마음은 그렇지않길 바라며
온 세상이 겨울 여행으로 하얗게
채색되어 가는 눈 내리는 이 밤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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