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계절 솔새김남식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무리 어수선해도
어느덧 봄은 설렁설렁 찾아와서
고운자리에 살포시 뿌리를 내려 앉는다
아가의 손톱만한 연둣빛 새싹에 감탄했는가 싶었는데
어느덧 몽실몽실 하얀 목련이
며칠사이 찾아 온 비바람에
소담스럽던 꽃 이파리 하나둘씩 떨어트리며
분분히 흩날리고 있다
누군가 그랬던가요
3월은 찾아 오는 봄이고
4월은 머무르는 봄이며
5월은 떠나 가는 봄이라고 하지요
이제 봄꽃의 향연이 시작되는 계절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한가닥 유감없이 사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인생 역시 어쩌면 저렇게 한가닥 피었다가
홀연히 지고마는 꽃들과 다를바 없지는 않겠지요
아롱다롱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 멀미에
풀 숲에 주저 앉아서
크로버꽃을 손목에 걸어주던 그때
아득한 그 시간속으로 떠나 본다
신작로 십리길을 걸어서
통학하던 그 어느 날인가
해 저녁 집으로 오는 길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풀밭에 누워
비상하는 새처럼
온갖 희망이 타 오르던 때가 있었다
순백의 도화지에 무지갯 빛 꿈을 채색하면서
사르트르의 문학을 탐닉하고
헤르만헤세의 고뇌에 빠져 들면서
굴러가던 말똥구리에도 깔깔 웃어 제끼던
수수하던 젊고 싱싱한 날이 있었다
그땐 참 많은 꿈을 가졌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꿈의 반의 반도 이루지 못 하였다
비록 꿈은 이루지 못 했지만
언제나 항상 웃는 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잔인한 4월이 아닌
향기로운 계절 5월
항상 파란 새싹이 송송 생 돋음하는
싱그러운 삶이 언제나 활기있게 솟아나는
그래서 봄은 정말 향기로운 계절이다
solsae k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