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서/낭만찻집

바부탱이 日記

시인김남식 2017. 4. 11. 09:29

 

1. 바부탱이 日記                솔새김남식

지난주말 좀 시간이 남아 돌아서 바부탱이 마누라가 밥솥을 사러 가는데 졸졸 따라 갔었다.
마눌땡이는 무슨 물건을 샀다하면 어찌나 시간을 오래 끄는지 지겨워서 짜증이 난다.
골라봐야 그게 그건데 이거 만졌다가 저거 두드려 봤다가 하여튼 뭘 사려면 내가 힘이 더 든다.
쪼다같이 뒷짐지고 있기도 뭣해서 맞은편에 있는 가전제품 매장에 가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시방 오디오를 사러온 것이냐며 빨리 오라고 해서 할수 없이 원위치 하였다
이게 낳느냐 저게 낳느냐 날 보고 고르라기에 밥통 사용하는 사람이 골라야지 그걸
왜 내가 고르냐고 했더니 입을 삐쭉 거리며 궁시렁궁시렁 하는데 또 야단맞을까봐서 걱정했다.
여하튼 밥솥을 사서 돌아 나 오는데 아까 미리 봐둔게 있으니 발 길이 그쪽으로 갔다
아들 녀석에게 노트북을 하나 사 줄려고 생각하면서 살까말까 좀 망서렸다
사실은 그 노트북이 아니고 그것을 파는 미좀과 이야기하며 같이 있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사지도 않으면서 이것저것 성능을 물어보고 그녈 무척 귀찮게 하였다
매장 아좀씨가 우찌나 이뽄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이야기 하는데 그만 뽀옹가고 말았다.
거의 작전이 마무리 되어 갈 무렵에 마눌탱이가 밥솥 때문에 불러서
우리의 대화는 마침표를 하지 못한 채 중단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밥솥은 사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아들넘에게 노트북 하나 사 주자구 하니
탱이가 댓뜸하는 말이 알아서 하슈~ 내가 돈 주는 것 아닝께라고 말 한다
한참을 망설이고 있는데 매장 아짐의 살인 미소 때문에 어쩔 수없이 사고 말았다.




그 미좀 하는 말 ."부부가 닮았네요?" 하며 상술적인 웃음을 건낸다

"닮긴 뭐가 닮아요 맨날 만나면 쌈닭 인디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하긴 관심이 없으면 바가지두 안 긁구 쌈두 안 한다고 하더이다
전자 매점을 나 올때 사은품 몇가지 덤으로 얻어 왔으니 오늘은 돈은 벌었다.
우리는 다시 식품매장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카트기는 내가 끌고 가고 지는 앞에 가면서 물건만 휘뜩 하나씩 집어 넣는다.
이럴땐 마눌탱이 뒤통 수를 콱 쥐어 박고 싶다
매번 올때 마다 뭘 이렇게 사야 할게 많은지 도데체 모르겠다.
집에서 나올 때 분명히 품목을 적어 갖고 와서 보면 왜 그리 살게 많은지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
하튼 대형 마트가 과소비에 문제가 있는건 틀림 없는것 같다
.
와서 보면 꼭 두배의 물건을 사고 있으니 어쩌면 대형 매장이 소비를 부축하는지 공장이었다
물건을 한가득 주워 담으며 마누라는 의기양양하게 걸어가고
나는 뒤에서 카트기 끌고 가니 꼭 옛날 세경 받는 머슴과 주인마님 같았다.
그러나 요즘은 세월이 참 좋아졌다.
그렇게 가는 사람이 내 뿐이라면 죽어도 내 그꼴을 안 보겠지만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나 같은 머슴들이 수없이 많았다
우찌된 세상인지 점점 나이 먹어 갈수록 여자들이 큰 소리치며 살아가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반면 남자들은 돈벌 구멍도 작아져서 취업도 어렵고 늘근 백수가 요새는 골목에 가득하다
 
여자 목소리가 너무 커서 곧 여자들 세상이 오지 않을까 사뭇 걱정이 된다
자슥들도 아부지 보다 어머니의 성을 따는 세상이 아닌가 말이다
남자가 큰소리 탕탕 치든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하긴 옛날에는 모계사회였다고 한다.
나이 먹는다는 게 이래저래 서럽지만 자존심을 구겨넣고 카트를 마눌탱이에게
잠시 맡기 놓고 공짜 시식코너를 이곳저곳 뱅뱅 돌아 다녔다.
이제는 창피구 뭐구 눈치도 필요없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이쑤시개로 찍어서 입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체면을 좀 차렸지만 지금은 경제도 어렵고 하니 그냥 사람들 틈에 끼어서 먹는다
잠시 몸을 움직였더니 하여튼 배가 부르다.
집에 가면 저녁도 거르고 쇼파에 누워서 TV만 보면 된다
일요일 사랑은
남자하기 나름이라고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라는 것 정말 맞는 말인것 같다.
오늘일기 끝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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