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언제 시작했을까 김남식
저녁을 먹고 티브앞에 앉아 있다
뉴스에서 비춰진 화면에 내 눈이 정지된다
다들 어딜 가는지 고속도로가 자동차로 시장터
그렇게 떠날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행복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화풀이하고
반찬없는 밥상을 내밀고
철없는 아내의 반항을 모른체 묵묵히 밥 한숟 뜨고
말없이 출근하는 신랑을 바라보니
그도 나도 참 안됐다고 생각했다
가을이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기억이 없다
지금 내겐 지난 여름 불볕더위와
비가 억수로 내렸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이럴땐 친정이든 시집이든
시골이었으면 그저 얼마나 좋을까
빌어먹을 죄다 도시의 성냥갑에 붙어사니 갈 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