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2 詩冊

파도

시인김남식 2006. 1. 19. 10:01

파도 솔새김남식


무너지는 모래성 일지라도

혹여 아픔이 될지라도

사랑한다는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

파도가 철썩인다.

바람이 불어서 파도가 일렁이는지

파도 때문에 바람이 이는지

바다가 뒤 틀린다.

 

다 잊겠다고 전부 다 있겠다고

찾아온 바닷가

바위섬에도 방파제에도

제 몸 부서지는 줄 모르고

밤새 파도가 투덜거린다.

대낮부터 먹은 술이 지독하다.

  

밤새 요동치던 파도가 언제 그랬냐는 듯

붉은 노을로 새 아침을 맞으며

잔잔한 물결이 너울거린다.

로 새 아침을 맞고

가슴속 숨겨진 그리움은

수평선 끝머리에서 한꺼번에 밀려 와

남김없이 지울 수 없음에


무너지는 모래성이 될지라도

혹여 물거품이 된다하여도

그것이 다한 우리의 인연이라면

더 욕심내지는 않으리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키고 싶다

그대를 사랑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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