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역사기행

허난설헌 생가

시인김남식 2011. 6. 23. 09:32

강릉 허난설헌,허균생가  솔새김남식

 

본명은 허초희(許楚姬; 許蘭雪軒;1563 ~ 1589)

그녀는 조선 가부장사회에서 규방세계를 초월한 천재 여류시인으로 27살 아까운 나이에

꽃처럼 졌지만 그에게는 시가 있었다.

고독해도 높다란 정신적 거처가 있었고 허씨 형제의 긍지인 문향(文香)이 뿌듯이 서려 있었다.


난설헌은 강릉에서 초당 허엽의 3남 3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나서 천부적인 재능 덕에

난설헌은 아버지와 오빠의 뜻에 따라 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조선에 태어난 것, 여자로 태어난 것,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 
이 세가지를 한탄했다고 하는데 자기의식이 강하고 재능 많은 여성에게 그것이 치명적 굴레임은 짐작되며


난설헌은 김성립과 혼인을 하지만  남편이 마음에 차지 않았으며, 좀 달렸던지 기생집 출입이 잦았고 

과거에 여러번 낙방한 남편은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꼈고
시어머니도 시 쓰는 며느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

그녀는 두 아이를 키우며 詩를 위로 삼으며 살아 갔으나 아버지 허엽의 죽음과 질병으로 연이어 사망한 두 아이

그리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오빠 허봉도 유배후에 객사하고

실의에 빠지던 그녀는 1589년 난설헌도 셋째를 가진 채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때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예언한 시를 한편 남긴다.

 

終詩

'스물일곱 송이 붉은 부용꽃’을 기리며

벽해의 바닷물이 하늘바다로 스며들고(碧海侵瑤海)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 기대어 있다(靑鸞依彩鸞)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 늘어지며(芙蓉三九朶) 붉게 떨어지니 달빛서리 차구나(紅墜月霜寒)

 

그후 과거 급제한 남편도 임진왜란에서 전사하고, 허균 역시 광해군 연간에 역모 죄로 처형되자
가문의 멸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여지는 허난설헌과 허균에 대한 絶下로 이어진다

 

조선시사에서 여성에겐 출판 자체가 불가능했던 시절에  “내 詩를 모두 불태우라”는 허난설헌의 말과 다르게 

첫 시집을 가진 첫 여성 시인으로 그것은 허균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허난설헌의 시를 갖고 있던 허균은 1608년 『난설헌집』(목판본)을 공주에서 출판을 한다
그런데 난설헌을 인정하는 일부 남자 외에는 대부분 비판을 일삼았다고 한다.

.

남존여비의 유교적 세계관에 갇힌 남자들의 질타와 조롱을 하지만 허난설헌의 자존과 시적 추구는 꿋꿋했다. 

우째거나 허난설헌의 삶은 여자로 어머니로서는 짧았고 불행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누렸고

조선의 대표적 여성시인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허균(許筠, 1569년 ~ 1618년)

조선중기 문인 학자, 작가, 정치가, 시인. 본관은 양천, 자는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

아버지 허엽의 둘째 부인에서 태어난 그는 서자차별 대우 하는 사회 제도에 반대하였으며 홍길동전이 그의 작품으로 판명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벼슬은 정헌대부 의정부좌참찬 겸 예조판서에 이르렀고 광해군때 대북에 가담하여 실세로 활동했으나

1617년(광해군 10년) 인목대비 폐모론에 적극 가담하여 신분제도와 서얼차별에 항거하려고 서자와 불만하는 계층을 규합하여 혁명을 계획하다 발각되어 이를 비판하던 기자헌을 제거하려다가 역으로 밀고 당해서 반역죄로 능지처참 되었다

이때 아버지도 부관참시 당했으며 가족이 멸종되다시피 하였다.

 

 

오빠 허봉(許篈, 1551년~1588년)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1584년 병조판서 이이(李珥)의 과실을 탄핵하였다가 함경도 종성에 유배되었다 석방되어 정치에 뜻을

버리고 방랑 생활 하다가 금강산에 들어가 은거하던 중 황달로 38세의 나이에 죽었다. 저서로는 《하곡집》등이 있다. 

아버지 허엽도 조선중기때 문신이며 강릉의 특산물로 바닷물로 간을 맛춘 초당 두부의 창시자이다


향기로운 달빛 차가운데 밤은 깊어만 가고(香寒月冷夜沈沈)
웃으며 이별하며 교비 옥비녀를 뽑아준다(笑別嬌妃脫玉簪)
금채찍 다시 들어 돌아갈 길을 가리키니(更把金鞭指歸路)
벽성 서쪽 언덕에는 오색구름이 자욱하다(碧城西畔五雲深)



강릉시 초당동 허균 허난설현 생가에서 경포호수로 가는 송림숲길에 있으며 매년 4월에 강릉에서

허난설현.허균 문화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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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2(感愚2) : 어리석었어
古宅晝無人(고택주무인) : 고택에는 낮에도 사람이 없어
桑樹鳴??(상수명휴류) :   뽕나무에는 부엉이와 올빼미만 우네
寒苔蔓玉?(한태만옥체) :  옥섬돌엔 차가운 이끼와 넝쿨만 무성하고
鳥雀棲空樓(조작서공루) : 빈 누각엔 새들만 깃들이네
向來車馬地(향래거마지) : 지난 날 수레와 마차 오가던 곳인데
今成孤兎丘(금성고토구) : 지금은 토끼 언덕이 되었네
乃知達人言(내지달인언) : 이제야 알겠구나, 선인의 하신 말씀
富貴非吾求(부귀비오구) : 부귀는 내가 구할 바가 아니란 것을

 

상봉행2(相逢行2) : 만남의 노래

相逢靑樓下(상봉청루하) : 청루에 서로 만나서
繫馬垂楊柳(계마수양류) : 수양버들 아래 말 매놓고
笑脫錦貂?(소탈금초구) :  웃으며 비단옷과 갓옷 벗어
留當新豊酒(유당신풍주) : 신풍주를 사서 같이 마셨다네

 


상봉행1(相逢行1) : 만남의 노래
相逢長安陌(상봉장안맥) : 장안의 거리서 서로 만나
相向花間語(상향화간어) : 꽃밭 속 찾아가 속삭였다
遺却黃金鞭(유각황금편) : 황금 말채찍질 하지않았는데도
回鞍走馬去(회안주마거) : 돌려세운 말은 그냥달려갔었네

 

감우1(感愚) : 어리섞었어

盈盈窓下蘭(영영창하란) : 하늘하늘 창 아래 난초잎
枝葉何芬芬(지엽하분분) : 가지와 잎이 어찌 그리도 향기로운가
西風一披拂(서풍일피불) : 하뉘바람이 한번 스치면
零落悲秋霜(영락비추상) : 시들어버리니 가을서리를 슬퍼하노라
秀色縱凋悴(수색종조췌) : 빼어난 고운 빛 시들어 버려도
淸香終不斃(청향종불폐) : 맑은 향기는 끝내 없어지니 않는구나
感物傷我心(감물상아심) : 風物에 감응하는마음이 아파서
涕淚沾衣袂(체루첨의몌) : 눈물은 흘러 옷깃이 젖네

 


추한(秋恨) : 가을날의 한

縫紗遙隔夜燈紅(봉사요격야등홍) :

비단 창문사이에 두고등 밝은 밤

夢覺羅衾一半空(몽각나금일반공) :

꿈에서 깨어보니 비단 이불 한 곳이 비어있네

霜冷玉籠鸚鵡語(상냉옥롱앵무어) :

서릿발은 차갑고 옥초롱에는 앵무새 저 혼자 지저귀고

滿階梧葉落西風(만계오엽락서풍) :

불어오는 서풍에 섬돌 가득 오동잎은

 

기하곡(寄何谷) : 오빠 하곡에게

暗窓銀燭低(암창은촉저) : 어두운 창에 은촛불 나직하고
流螢度高閣(유형탁고각) : 흐르는 반딧불은 높은 누각을 재나요
??深夜寒(초초심야한) :   수심이 깊어서인지 밤이 차갑고
蕭蕭秋落葉(소소추낙엽) : 쓸쓸히 가을 잎은 떨어지네요
關河音信稀(관하음신희) : 오라버니 계신 변방에서 소식 없어

端憂不可釋(단우불가석) :    근심겨운 이 마음 풀 수가 없어요
遙想靑運宮(요상청운궁) :    아득히 (오라버님 계신) 청운궁을 생각하노라니
山空蘿月白(산공나월백) :    산이 비어있고 가을 달은 밝아요

 

견흥 4수 : 다른 여인에겐 주지마셔요

보배로운 순금으로 반달 무늬를 아로새겨 노리개를 만들었어요.

시집올 때 시부모님이 손수 주셔서 다홍빛 비단 치마에 다롱다롱 매고 다녔지요.

오늘 먼길 떠나시는 님께 드리오니 제 맘처럼 여기고 잘 간직해 주셨으면

길가에 버리어도 아깝지는 않지만 다른 여인의 허리에 만은 달아주지 마세요
비록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홀대는 난설헌을 외롭고 힘들게 했다.

 

 

1. 貧女吟 빈녀음   가난한 여인    허난설헌

 
豈是乏容色   개시핍용색   이 얼굴 박색은 아닌 듯 하고
工鍼復工織   공침부공직   바느질 길 쌈 베도 솜씨 있건만
少小長寒門   소소장한문   가난한 집 태어나 자란 탓으로
良媒不相識   양매부상식   매파도 발끊고 몰라라 하네

 
不帶寒饑色   부대한기색   추위에 주려도 내색치 않고
盡日當窓織   진일당창직   진종일 창가에서 베를 짜나니
惟有父母憐   유유부모연   부모님 안쓰럽다 여기시지만
四隣何曾識   사린하증식   이웃이야 이내심사 어이 아리요

 
夜久織未休   야구직미휴   밤 깊어도 베틀에 쉬지도 않고
軋軋鳴寒機   알알명한기   찰칵찰칵 차가운 베틀소리에
機中一匹練   기중일필연   짜여 가는 이 한 필의 고운 비단
終作阿誰衣   종작아수의   필경 어느 규수 옷이 되려나

 
手把金剪刀   수파금전도   가위 잡고 삭독삭독 옷 마를 제면
夜寒十指直   야한십지직   밤도 차라 열 손끝이 곱아드는데
爲人作嫁衣   위인작가의   시집갈 옷 삵 바느질 쉴 새 없건만
年年還獨宿   연연환독숙   해마다 독수공방 면할 길 없네

 

2. 暮春 모춘    늦봄에 許蘭雪軒

 
煙鎖瑤空鶴未歸   연쇄요공학미귀   안개는 공중에 자욱한데 학은 돌아오지 않고
桂花陰裏閉珠扉   계화음리폐주비   계수 꽃 그늘 속에 구슬 문은 닫혔네
溪頭盡日神靈雨   계두진일신령우   시냇가는 온종일 신령스런 비만 내리고
滿地香雲濕不飛   만지향운습불비   땅에 가득한 구름은 젖어서 날지 못하네

 

3. 采蓮曲  채련곡 연꽃을 따는 노래 許蘭雪軒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가을에 맑은 호숫물 옥돌처럼 흘러가고
蓮花深處繫蘭舟   련화심처계란주  연꽃 피는 깊은 곳에 란초 배를 매놓고서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당신보고 물 건너서 연꽃을 던졌는데
或被人知半日羞   혹피인지반일수  혹시 남이 봤을가봐 반나절 부끄럽네



4. 閨怨 규원    여자의 恨  許蘭雪軒  

月樓秋盡玉屛空   월루추진옥병공   달빛 비친 망루에 가을이 다하니, 옥병이 쓸쓸하고 
霜打蘆洲下暮鴻   상타노주하모홍   서리 내린 갈대 밭, 늙은 기러기 내려앉는다 
瑤瑟一彈心不見   요슬일탄심불견   아름다운 거문고 한번 타도 그 마음은 볼수 없고 
藕花零落野塘中   우화영락야당중   문 밖의 연못엔, 연꽃이 가랑비와 땅에 떨어진다


5.  春雨춘우  봄비  許蘭雪軒  

春雨暗西池   춘우암서지   봄비 가만히 서쪽 못에 내리고 
輕寒襲羅幕   경한습라막   가벼운 추위, 장막 속에 스며드네
愁依小屛風   수의소병풍   근심을 작은 병풍에 의지하니  
薔頭杏花落   장두행화락   장미꽃 근처에 살구꽃 떨어지네

 
6. 寄夫江舍讀書  기부강사독서   강사에서 글 읽는 낭군에게

許蘭雪軒  허난설헌 

燕掠士첨兩兩飛    연약사첨양량비   제비는 비낀 처마 스쳐 둘씩 나는데
落花僚亂撲羅衣    낙화요란박라의   지는 꽃만 어지러이 비단옷을 칩니다
洞房極目傷春意    동방극목상춘의   심방에서 시선 끝까지 봄을 아파하는 뜻은
草綠江南人未歸    초록강남인미귀   江南에 풀 푸른데, 님은 돌아오지 않네

446 無可無不可吟  무가무불가음   옳은 것도 없으며 옳지 않은것도 없나니

許穆  허목 

一往一來有常數   일왕일래유상수   한번 오고 한번 가는 것이 진리이나니
萬殊初無分物我   만수초무분물아   온갖 사물 처음에 무에서 사물과 나로 나누어진다네
此事此心皆此理   차사차심개차리   이 일, 이 마음도 다 이러한 이치일진대
孰爲無可孰爲可   숙위무가숙위가   무엇이 옳으며 옳지 않다 하리요

 

 


경기도기념물 제90호로 광주군 지월읍 초월리 허난설헌(許蘭雪軒)의 가족묘가 있

중부고속도 바로 옆이라 지나는 길에 눈여겨 보면 .묘역은 안동 김씨에 위력을 보여주듯 잘 정돈돼 있다.  

 

조선 최고의 여성시인, 허난설헌. 시비가 우뚝하다. 이숭녕의 비문(贈貞夫人陽川許氏之墓)은 구구절절이

허난설헌의 삶을 일깨우고, 두 개의 작은 묘가 보는 이의 발을 오래 붙잡는다.

 


허씨 일가가 아프게 앞세운 두 아이의 묘

.“지난해에는 사랑하는 딸을 잃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구나. (……) 하염없이 슬픈 노래 부르며, 피눈물만 속으로 삼키노라” 난설헌의 ‘곡자(哭子)’에 오빠 허봉의 시가 다시 얹힌다

 “피어보지도 못하고 진 희윤아, (……) 맑고 밝은 얼굴에 반짝이던 그 눈! 만고의 슬픔을 이 한 곡(哭)에 부치노라”


강릉 경포대 허씨 생가에 가거든 동동주 한잔과 초당순두부 한상으로 여행의 허기를 가득 채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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