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솔새김남식
벌써 두 달째 비가 내리지 않는다.
가뭄으로 농사가 걱정이라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귀가 따갑게 들려왔다.
천수답 논에 호미모 한다고 아침부터 부산하다.
아프다는 핑계로 누워있기 미안하여
좀 힘들어도 식구들을 따라 나섰다
마른 땅을 호미로 파서
볏모를 일일이 심어야 하는 논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었다.
비가 왜 오지 않는지 그저 야속할 뿐이다
아픈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진대
내가 힘들어하는 줄도 모르고
식구들은 정신없이 일 만하고 있다.
땀이 비 오듯 얼굴 위로 쏟아져 내리는
초여름의 햇볕은 정말 따가웠다.
다음날은 좀 누워 있으려 했더니
아버지 고함소리에 그만 얼른 일어났다
병원에 가려고 옷을 입고 있는데
‘니가 벌어 온 돈이야. 병원에 가지 마’
그냥 하시는 소리겠지 하면서도 서운했다.
그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호미모 한 게 죽어서 새로 심어야 한다며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 죽어’
불화 같은 역정에 잠시 누워 있다가 일어났다
비가 오니까 집에 있으라고 한다.
농작물이 메말라 가는 것
사람의 힘으로 어쩌지도 못하는 데
식구들을 들들 볶는다.
그해 여름은 그렇게 한 바탕 장맛비가
내리고서야 무사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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