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作業노트

여름 비

시인김남식 2006. 7. 12. 10:54

여름비  솔새김남식 


벌써 두 달째 비가 내리지 않는다.

가뭄으로 농사가 걱정이라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귀가 따갑게 들려왔다.

천수답 논에 호미모 한다고 아침부터 부산하다.

아프다는 핑계로 누워있기 미안하여

좀 힘들어도 식구들을 따라 나섰다

마른 땅을 호미로 파서

볏모를 일일이 심어야 하는 논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었다.

비가 왜 오지 않는지 그저 야속할 뿐이다

 

아픈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진대

내가 힘들어하는 줄도 모르고

식구들은 정신없이 일 만하고 있다.

땀이 비 오듯 얼굴 위로 쏟아져 내리는

초여름의 햇볕은 정말 따가웠다.

다음날은 좀 누워 있으려 했더니

아버지 고함소리에 그만 얼른 일어났다

병원에 가려고 옷을 입고 있는데

니가 벌어 온 돈이야. 병원에 가지 마

그냥 하시는 소리겠지 하면서도 서운했다.


그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호미모 한 게 죽어서 새로 심어야 한다며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 죽어

불화 같은 역정에 잠시 누워 있다가 일어났다

비가 오니까 집에 있으라고 한다.

농작물이 메말라 가는 것

사람의 힘으로 어쩌지도 못하는 데

식구들을 들들 볶는다.

그해 여름은 그렇게 한 바탕 장맛비가

내리고서야 무사히 지나갔다




--- > 윗글은 1964년 그때그시절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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