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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시인김남식 2012. 6. 3. 13:11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金英韓 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 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3년 동안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 천억을 내 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 그 사람 생각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 다시 태어나신다면?
'어디서?'
-한국에서 '에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쯤 태어나서 문학할거야'
-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1000억이 그 사람 詩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했다

 

사랑을 간직 하는데 시 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 했다. .

그래서  자야 그녀는
죽어서 별꽃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kns

.





내가 백석이 되어  - 이생진

.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 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이생진(1929년~    )충남 서산출생 ,시인

국제대학 영문과  2002 상화시인상수상 1996 윤동주문학상 수상

 


.

백석과 자야의 사랑이야기


기생과 동거를 하는 아들을 못마땅하게 하자 부모에 대한 효심과 여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백석은 괴로워 갈등 하다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자야에게 만주로 도피 하자고 제의 한다
그러나 그녀는 백석의 장래를 걱정하여 함흥에 남아 있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백석 혼자만 떠나게 된다

해방과 625의 혼란으로 둘사이는 연락이 끊기고 서울로 돌아온 자야는 고급요리집 대연각의 주인이 된다

바삐 사는라 백석을 잊었던 그가 나이 70이 되어서야 그 사람을 떠 올리며 회한을 하게 된다

.

그를 따라 만주로 가지 않았던 그때의 실책으로 백석을 비운(悲運)에 빠뜨렸다고

자야은 늘 후회하며 살았다고 전하며 백석이 그립고 보고 싶을땐 줄담배를 피웠다던 자야!

그녀는 전재산을 백석을 위해 내 놓고 요리집은 길상사로 바뀐게 된다

삶이 무어냐고 묻고 싶거든 길상사를 찾아가면
수목 우거진 언덕 한켠에 김영한의 비석 하나가 외롭게 서 있다.
삶이란 그저 그 언덕 위로 불어 오는 바람 같은 것 

 

백석을 위해 전생의 삶을 보낸 멋쟁이 여인 그 여자 김여사 자야는

길상사가 문을 연지 2년만인 1999년 83세에 훌훌 서방 정토 세계로 떠난다

백석은 어찌보면 운좋은 남자임은 분명하다

사랑하는 여인 자야가 그를 평생 잊지 못했으니 말이다 - solsae.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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