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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만큼 당신을 사랑하는지

시인김남식 2012. 7. 27. 13:17

 

내가 얼마만큼 당신을 사랑하는지 - 최다원

  

내가 얼마만큼 당신을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못합니다
그림을 그리다 먹물 묻힌 붓 한자루 잠시 놓아 두고
보고싶고 그리워 슬프도록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누르고 또 누르고 혈관이 수축하는 통증의 아픔이 있음을
당신은 알지못합니다

내가 얼마만큼 당신을 그리워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햇살이 화창하고 실바람이 화실 창으로 슬며시 스며들 때
너무나 그리워 머리가 띵 해오고 초점이 흐려져
사물을 분간키 마저 어려운 한 낮 판단이 흐려지고 책 속의 활자가
뭉뚱그려져 보이는 순간이 있음을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내가 얼마만큼 당신을 기다리는지 당신은 알지못합니다
당신을 그리며 기다리다 기다리다 차라리 미움이 생성하여
모두 놓아버리고 이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구하고픈
순간마저 생성함을 당신은 알지못합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지 당신은 알지못합니다
보고 또 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머리를 흔들어 떨어버리려 해도
또 다시 보고싶어져 침을 꿀꺽 삼키며 내지른 외마디
보고 싶다 라는 저린 절규를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좋아하는지 당신은 알지못합니다
당신의 일상이 영화속의 필름처럼 언제나 차지한 뇌실가득
눈섭끝에 매달린 피로가 다가올 하루를 예견해도 또 다시
찾아 나서고야 마는 습관을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하고
보고 싶다고 두 눈을 감아 버려도 슬며시 이슬이 맺혀지며
가슴에 꼬옥 안아보아도 허허로운 당신이
원망마저 스러운 이 마음을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지금은 감지하지 못하므로 애태우는 갈증 만 더해 갈지라도
언젠가는 느낌으로 혹은 마음을 담은 텔레파시가 도달하겠지요 만
혹여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추억으로 남겨질지라도
모두는 운명이라 여기며 아름다운 마음을 고이 간직함도
당신을 사랑하는 나의 숙명이라 여깁니다

먼 훗날 아주 오래 세월이 흐른 뒤 서로의 기억에서 멀어지고 잊혀져도
퇴색한 일기장엔 그대는 영원히 나의 사랑이고
반짝이던 별이였으며 희망으로 모든 뇌세포를 일깨웠고
예술혼의 감각을 자극해 그림을 그리게 하였음은
소중한 인연의 결과임을 자인하며
내가 얼마만큼 고마워 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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