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솔새김남식 어젯밤 건호 오빠의 부고를 원주에 있는 언니가 연락해줘서 알았습니다.
그동안 몇번이나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움에 마음이 이리 질척이면 한번씩 들러야 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겠지요. 그 어느해 4월 어느날 이모님과 함께 이곳 제주도 여행길에 나서셔서 갑자기 혈압으로 쓰러지신 모친님이 걱정되어 제게 전화를 하셨지요. 그리고 저녁 비행기로 제주에 오셔서 한라병원 로비에서 뵈었을때 유난히 얼굴색이 검어 보여 걱정이 돼서 괜찮으시냐 했더니 조금 힘드시다며 어디 찜질방에 가서 쉬시는 게 좋다시는 걸 억지로 집으로 모셔왔지요. 아침에 잣죽을 쑤워 놓고 남편에게 아이들 방에 가서 오빠를 깨우라고 말하는 순간 전화벨 소리가 나서 받으니 새벽에 병원에서 오라고해서 그냥 나왔노라고 수차례 미안하다 말하며 서울로 가신게 마지막 이였습니다 이미 마지막 만남을 예감 하셨나요? 그날 제주에 오시며 "그리운 것은 예전에 떠났다." 라는 시집 한 권을 포장해와 제손에 넘겨 주신게 마지막 모습이 될줄이야. 꼭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돕니다 곱고 자상한 부인과 아이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이 있음에도 내가 뵐 때 마다 가슴이 무겁고 아리던 것은 단지 병마에 시달림을 받기 때문은 아닌듯 했었지요. 1978년도에 헤어진 후 연락도 없다가 20여년 만에 이종 사촌 언니에게서 전화 번호를 알았다며 불쑥 연락을 하신뒤 두 세번 제주도를 다녀 가시고 제가 서울 갔을 때 두번 뵌게 전부 였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막연히 무언가 모를 계속되는 목 마름에 갖은 몸짓 손짓으로 빈 허공을 휘적이는 듯한 아리고 안타까운 모습으로 만 제게 기억되여 아련해지던 모습의 건호 오빠~! 이렇게 눅눅하게 하늘이 내려앉고 소리없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도 한 줄의 글이라도 쓰고 싶어 지는데 이 허망한 삶의 타래를 놓아 버리고 떠나 가신 곳에선 무슨 말들을 읊조리고 계실런지요? 무수히 많은 인연의 끈을 잇기를 좋아 하시던 건호 오빠. 이제 안락하게 누우신 채 하나 하나 즐겁고 아름답고 행복했던 일들만 떠 올리며 평안 하시옵소서~! 옛날 여고시절의 저를 생각하며 단발머리 노래를 만드셨다고 하는 건호 오빠!! 인연은 만날 때 보다 영원한 이별일 때가 비로소 더 넉넉하게 아름다워지는가 봅니다 오빠가 제주에 다녀 가시던 마지막 날 그 새벽을 정말 오래도록 제 生涯는 정말 잊혀지지가 않을꺼예요 지금 제주에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부디 안녕히 가십시요. 건호 오빠! 2007.12.12 s로 부터 에필로그 솔새김남식 윗글은 박건호작사 조용필이 부른 단발머리 노래가사에서 실제 모태의 주인공이 직접 쓴 글이다 2007년 12월 9일 지병으로 58세에 작고한 작사가이며 시인인 박건호의 부고가 있은지 3일 후 동료 文人들과 함께했던 "모닥불문학" 홈페이지에 올라 왔던 글이다 1978년 여고시절에 단발머리 가사를 만들어서 그녀에게 주었고 서로가 소식을 알지 못한채 수십년 세월을 보냅니다 그리고 2007년 30년 만에 賻告의 글로 박건호 詩人과 재회를 한다 박건호님 死後 홈페이지 폐쇄하기 직전에 애련한 사연의 화일을 버릴수 없어서 제가(solsae kns) 픽업 했다가 여기에 옮긴 것이다 제주에 살고 있는 단발머리 가사에 주인공이 그의 부고를 인편으로 연락을 받고 이 글을 썼다고 한다 박건호선생과의 아련했던 지난 일을 회상해 보며 사람의 인연은 참 무정하다고 노래 가사처럼 세월이 미워진다고 하신 선생님의 영전에 목필(目文)을 놓는다고 했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또 기억해준다는 것 우리에 인연이 아닌가 말이다 1979년에 발표한 조용필의 단발머리는 그의 다른 힛트곡 때문에 방송을 별로 타지 못하여 일반사람들에게는 그리 흔히 알려진 노래는 아니었다 하지만 노랫말이 학창시절 첫사랑을 연상 하듯한 애틋한 가사로 인하여 당시는 하이틴 영화가 붐이 일면서 1980년대 젊은이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노래였다 그래서 학사주점이나 카페에서 꾸준한 인기가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7년 개봉한 광주5.18 모태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가 운전할 때마다 이 노래를 불러 추억하게 해주었다. 원주시청 앞에는 박건호공원이 있으며 그의 生家는 현재 복원 작업중이다. solsae.kns 단발머리 박건호작사 조용필작곡노래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 주던 그 소녀 오늘 따라 왜 이렇게 그 소녀가 보고 싶을까 비에 젖은 풀잎처럼 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 반짝이는 눈망울이 내 마음에 되살아 나네 내 마음 외로워질 때면 그 날을 생각하고 그 날이 그리워질 때면 꿈길을 헤매이는데 음 못잊을 그리움 남기고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 주던 그 소녀 오늘 따라 왜 이렇게 그 소녀가 보고 싶을까 비에 젖은 풀잎처럼 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 반짝이는 눈망울이 내 마음에 되살아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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