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1 詩冊

시골다방

시인김남식 2015. 8. 16. 20:29

 

시골 다방               솔새김남식

 

어스무례한  

시멘트 지하 계단을 내려가

낡은 미닫이를 열면

장막처럼 늘어진 벽지에는

핏자욱이 얼룩지고

빛바랜 그림들이 거미줄에 걸려있는

시골 읍내 찻집.

 

배불뚝이 브라운관에서 옛 이야기가 흐르고

텅빈 좌석에는 날 파리가 비행 한다.

간혹 몇몇 사연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애닯게도 했었지만

지금은 갈 곳 없는 촌로들이

회포를 푸는 곳.

 

프림 두 스푼 설탕 한 수저

길가던 나그네가

혼자 마시는 차 한잔이

맛은 가렵지마는

다방 커피에는 정이 서려있다.

.

한컷 미소 짓는 길 마담에게

차 한잔 넞즈시 권하니

옛날 묵은 연인처럼 밉지않게 반겨 준다

그래서 세월은 나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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