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서/사랑개론

사랑한다는 거

시인김남식 2013. 4. 19. 12:56

 

사랑한다는 거(LOVE LIFE) 솔새김남식

누굴 사랑 한다는 게 뭘까
사람을 보는 눈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물어 봐도

그녀가 참 예쁘게 보인다고 한다

무엇보다 맘씨가 곱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착각일까

기분 좋아 보이는 날은 찰랑 거리는 머릿결에

베시시 한 미소에 한없이 울렁거린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동그란 이마를 만져주고 싶고

부서질 것 같지만

있는 힘껏 끌어 안아주고 싶다

너무 세게 끌어안으면 숨이 막힐 거라고

손만 놓아도 까르르 웃으면서

봄날 바람 든 강아지처럼 마냥 쪼르륵

내 앞에서 달려 나가 버릴 거 같은 기분에

눈물까지 글썽 거린다

정말 손이라도 놓으면 나를 보면서 뒷걸음 치다가

삐질삐질 뒷걸음치다가

영원히 달려 나가 버릴 것 같아서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

이런 게 사랑일까

 

너무 오래 있었기에 그런 거라 생각 해봤지만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서

같이 있었던 거라 하기에는 아쉬운 순간들

서로 멀리 가려 할 때 마다

우린 질기게 달라붙었다

서로가 붙잡은 것들이 너무 많았기에

문지방에 앉아서 안절부절 못하는 꼴이

되고 만 건인지도 모른다

누가 남는 것이고

누가 떠나보내는 것이 아닌

서로 떠나야 한다는 거

절대로 남겨지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결백주의 그것이다

 

 

서로 상처를 주면서 까지

보내려고 하던 때도 있었지만 늘 머뭇거렸다

내가 먼저 떠나지 못해 그녀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속 좁은 자존심 같은 거였을지도 모르지만

사랑이란 끄나풀에서는 그랬다

질투라고 보기에는 너무 속 좁은 나

내게 표현하지 않는 그녀

서로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려보았지만

그건 순간일 뿐

설렁 그녀가 웃으며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면

보내줘야 하는 것

떠나지 못해 내 팔 안에 안기면 사랑으로 담아주고

무엇보다 그녀를 항상 웃게 해 줘야하는 거

그건 내 의무이다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제넘은 짓

섣부른 바보의 행동은 구제불능이다

그냥 안아서 다듬어 주고

가슴을 살짝 밀어내면 놔 주고

살며시 내 팔에 안기면 쓰다듬어 주는

사랑을 주도 할 뭔가 아직은 없다

자신감? 권리? 당위성? 능력? 뭐든지

지금 이 사랑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그녀가 주도하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

헌신하는 것

그래서 그냥 힘들다

그런데 어쩌지

오늘같이 술 한 잔 하면 그녀가 보고 싶다

 2006.04.04 sols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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