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웃음행복

목숨걸고 사랑할 여자와 바꾸고 싶다

시인김남식 2020. 9. 24. 19:00

목숨 걸고 사랑할 여자와 바꾸고 싶다 


50대 중반들의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다.

다들 한세상 사느라고 오랜만에 만난 자리이고 보니, 

게 중에는 얼굴마저 설고 

여자들의 경우에는 더욱 옛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분위기가 익어가자 그간 살아온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뉘라 뒤질세라! 

늘어놓는 자랑과 푸념이 규중칠우쟁론기가 따로 없다.

이야기는 자랑으로 물꼬를 트는가 하였더니 

어느새 불평불만으로 치닫고 있다.


이때. 제일 잘 나간다고 소문이 자자한 친구가 

내뱉는 예기치 못한 

이외의 탄식과 기상천외한 

조건에 좌중은 어리둥절하였으며 이내 웃음바다가 되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하는 

말인즉슨,

마누라를 비롯한 머리 좋은 아들놈과 토끼같이 

예쁜 딸년까지 포함한 세트를 

목숨 걸고 사랑할 여자 하나와 맞바꾸고 

싶다면서 덤으로 평생 모은 재산까지 내놓는다고 한다.


하기야 죽고 못 살 사랑이라면 목숨인들 아까우랴!

모두가, 늦게나마 그런 사랑해 보라고 여태껏 살아 있는지도 모르니

이혼부터 하면 

구해 주겠다고 하자 

너희들이 이럴 줄을 내가 어찌 몰랐겠느냐면서 


한데, 무슨 놈의 법이 허술해도 

이렇게 허술한지 현행법으로는 딱히 이혼 사유가 없더라고 한다.

굳이 내세우자면 

지독한 자린고비 스쿠루지라는 것밖에는- ㅎㅎ

다들 모처럼 마음 통하는 

죽마고우 간의 격의 없는 한담(閑談)에 그날 분위기는 완전 상한가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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