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시사뉴스

동시다발 국정 난맥 설명해야

시인김남식 2019. 8. 28. 13:34

조선일보 사설 / 기사입력2019.08.28. 오전 3:20

 文 대통령, 국민 앞에 나와 동시다발 국정 난맥 설명해야


안보의 기틀인 한·미 동맹이 취객처럼 휘청댄다. 북은 때를 만난듯이 마음대로 도발한다. 국민은 법무장관 후보자의 위선에 치를 떤다. 검찰이 그 후보자를 대상으로 전방위 압수 수색을 실시한다. 미·중의 무역 충돌에 당사국보다 우리 금융시장이 더 요동친다. 사방에 격랑이다. 생업에 바쁜 보통 사람들조차 '이래도 괜찮으냐'고 하는데 이 모든 사태를 만들고 자초한 국정 최고 책임자는 단 한마디 설명이 없다.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미국 반응이 심상치 않다. 국무부 대변인은 "(지소미아 파기가) 한국 방어를 복잡하게 하고 미군 병력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실망과 우려를 넘어 일을 저질렀으니 대가를 치르라는 '경고'의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당장 미국의 방위비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소미아 파기를 우려하는 미국의 메시지가 여러 차례 전달됐던 만큼 정부도 이런 사태를 예견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연장 대신 파기라는 돌발적인 결정이 내려진 배경이 무엇인지 국민이 궁금해한다. 그런데 그 놀라운 결정을 내린 대통령이 국민 앞에 단 한마디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대화하는 시늉을 할 때마다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고 '역사적 결단'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랬던 대통령이 5월 이후 아홉 차례나 거듭된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다. 심지어는 안전보장회의도 주재하지 않는다. 일부러 피해 다니는 것이다. 해외에서 유람선이 빠졌을 때도 새벽에 주재했던 관계장관 회의조차 열지 않는다. 북의 신형 미사일에 대한 대책이 궁금해도 대통령은 안보 현장엔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

대통령이 밀어붙인 조국 법무장관 카드는 국민을 격앙케 했다. 조씨가 그동안 남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던 모든 일이 그의 삶의 궤적 속에 그대로 있었다. 여론조사에서 그의 임명에 대한 반대 응답이 찬성 응답의 세 배로 나오고 있고, 조국 법무장관 반대 촛불이 대학가에서 번져나가고 있다. 대통령이 한 달 전 임명장을 준 검찰총장이 그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비상한 사태에 대해 대통령은 정말 국민에게 아무 할 말이 없는가.

심각한 국정 사태 현장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대통령이 26일 '대일(對日) 애국펀드'에 투자하는 이벤트를 가지며 TV 카메라 앞에 등장했다. 어제는 전용 수소차 시승식을 가졌다. 이런 쇼나 할 때인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수시로 기자회견을 해서 현안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한 번이라도 지켜야 하지 않나. 그때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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