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제1 詩冊

꽃보다 예뻤던 그녀

시인김남식 2018. 3. 11. 12:45

꽃보다 예뻤던 그녀  솔새김남식


꽃보다 예뻤던 그녀
꽃을 보지 않아도 꽃이 얼마나 예쁜지
알게 해주었던 아내였는데
현실의 삶이
아니 현실에서 못난 내가
부끄럽게도
꽃을 예쁘게 피어있지 못하도록 하였다

아내는 퉁이다
아내는 밥집 아줌마이다
아내는 매일같이 잔소리만하는 사장이다
허나 세월이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내가 나와 살고부터는
미장원을 가본지가 오래되었고
백화점과는 점점 멀어져 간 것만은 확실하다

레스토랑에서 비프스테이크를 먹고
비엔나커피를 마시며
러브스토리 음악을 듣고 눈물 흘리던 소녀에게
고급 승용차를 타고
고대광실에서 살게끔 해야 했는데
현실의 삶이
아니 현실에서 못난 내가 부끄럽게도
그녀의 무지갯빛 꿈을
먹구름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아직도 내 가슴에
아내는 꽃보다 예쁜 여자임을 인정하며
내 인생의 동반자이기에
늘 미안한 생각에
한 평생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하인이 주인을 섬기듯 받들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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