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눌탱이 日記 솔새김남식
밥솥이 고장나서 고치려고 AS갔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에 닭기똥 같은 눈물을 머금고
새것을 사러 나가는 길에 당연히 울 머슴을 델쿠 가는게 아니고 공손히 뫼시고 갔다
귀찮타고 안 갈려고는 하는 신랑에게 놀고 있느니 같이 가자고 살살 꼬드겼드니 마지 못해 일어선다
내가 이뻐서 따라 나선 건 절대 아녀라고 애써 힘 주어 말하는 우리 염강탱이가 좀 불쌍했다
10년전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요란한 전단지 선전을 보고 대형 할인마트를 찾아 갔지만
몇가지 품목을 제외하면 빛 조은 개살구였다
밥솥은 옛날하고 달라서 색갈도 화려하고 너무 이쁜게 많더라고요
요모양도 좋고 저 모양도 좋고 요걸 살려고 보니 저게 더 이쁜거 같고 저걸 살려고 보니
요게 디자인이 더 멋진거 같고 도데체 갈피를 잡지 못 하겠다
가격두 와이리 비싼지 이쁜년들이 테레비에서 광고하는 바람에 더욱거 그런 것 같았다
요럴때 따라 온 머슴이 한마디 거들어 주면 좋겠는데 어딜갔나 보이지 않아서 찾아보니
글쎄요 이 간 큰 머슴 함~ 보소 어디에 있나
내가 밥통 고르고 있는 사이 좀 다려주질 못하고 저 쪽에서 오디오 구경하고 있다
저 남자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세상이 우찌 돌아 가는지도 모르고
매일 아침마다 밥상을 정성껏 바처 주니까 하늘 높은줄 모르고 위세가 단단하다
나무관세음아멘보살
시방 오디오 사러온 겨 아니면 밥통을 사러온겨 라고 불러 세워놓고 잔소릴
잔뜩 끌어 부었지만 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당신친구들도 하나둘 떠나자 풀이 죽어서 요샌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보아하니 물건 파는 아지매가 곱상하니까 침을 질질 흘리며 있는 것 내가 모른게 아니다
낚시밥을 던져놓고 있는데 모른체를 해야 하는지 잠시 머리가 좀 복잡하더이다
옛날 청량리 레스토랑에서 오무라이스 한 그릇에 골빈듯이 내가 후닥 넘어 갔지만
지금의 아지매들은 눈이 높아서 잘못하면 낭패를 보는데 생가하니 불쌍한 울 신랑
더 수렁속으로 빠지기 전 얼른 건너편에 있는 머슴한테 빨리 오라고 손짓 하였다
"함 봐요. 밥통 요거 할까? 저거 할까?"
"니 맘데로 해라. 내가 쓸껀가?"
이 사람 하는 말이 정말루 찬바람에 콩볶아 먹는 소리를 하고있다
벌먹은 소릴하는 울신랑이라 매번 이해하지만 근데 가만히 생각하니 무지 괘씸하더이다
내가 없으면 당연히 자신이 밥을 해먹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지금 시대가 어느때인데 저리 간 큰 소릴 하고 있는지 은근히 부화가 났다
'아니 내가 없으면 당신이 밥 해먹어야 하잖아'
'왜 도망 갈꺼가"
지나가는 사람이 그 소릴 듣고 우릴 휠끗 쳐다 보면서 싱긋이 웃고 간다.
겉은 웃지만 속은 뭐라 생각할까?
이상한 사람들이라할까 하여튼 너무 기가차서 말이 안 나왔다.
"그려,내 없으면 니는 굶어라"
<속으로만 욕을 퍼질렀다>
이거 이쁘나 물어도 끄뜩이고 저거 괜찮나 물어도 오케이 한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화끈하게 멎진 남자 탈렌트가 광고하는 압력 밥솥을 골랐습니다.
우리는 뭐든지 오손도손 의논 하면서 사는 게 별로 없슴니다
항상 이런식으로 내 속을 바글바글 해놓으면 속이 시원한지 영감탱이 버릇을
고처야 하는데 매번 패자 아웃입니다
처녀때 첨 만났을때는 온갖 감언이설에 홀딱 속아서 장가 보내줬더니
그 고마움을 모르는 울영감탱이지금와서 물릴수도 없고 걱정이다
내가 좀 서운했던지 돌아 오는 차속에서 글캤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당신이 밥 해먹고 빨래하고 해야 하거든 그러니까 미리미리 연습 해야해'
우짜고 저짜고 다음 말을 또 할려니까 이 남자 또 성질을 팍 내면서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어'
남자들은 마누라가 머라카면 성질내면 다 끝인 줄 안다. 남자들은 하튼 바부탱이다
하긴 영감탱이가 요런말 하며 성질내는 게 별루 기분은 안 나쁘다
'니는 죽지도 않하면서 심심하면 죽는다구 하냐, 그 소릴 한번만 아니, 그 따위소리 해 봐라"
우리 영감탱이는 내가 죽는다면 겁을 먹고 얼굴이 노래집니다.
'한번 더 하면 지가 우짤낀데, 쥑일낀가'
라고 말 댓꾸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참았다
근데 사실은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난 사는기 무쟈게 즐겁고 재미난 사람인데 내가 미쳤나 죽게여
그쵸 재밋게 사라도 모자른 엄청 시간인데 말이죠
괜히 어째 생각하고 있나 함 말해 보는 건데 우리염감 펄쩍 뛰는거 보면 난 진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다
울 머슴하고 쌈도 하면서 9988 하고 싶다
그런데 요즈음은 옛날 보다 싸움도 자꾸 덜하게 되고 잔소리도 그리고 웃는 소리도 적어지고 그래여
이제는 둘다 늙어가는 모양이다
삶이 재밋어야 하는데 내가 바가지 안 끍으면 우리집 남자는 먹통이다
내가 암짝에도 못쓰게 되는 날 울집 밥통처럼 고장 나면 폐기 처분하는 신세가 되지 않아야겠다
아이구 서글퍼라.
사는기 뭔지 그래도 우리 열심히 삽시다요
울 서방님이 최고라서 부침개를 만들고 막깔리도 사오고 냉장고에 오래전 감춰논 삽겹살도 굽고
둘이서 한잔씩 쭈욱하고 러브샷하며 이밤 뼈가 바서지도록 사랑해야 겠다
가을에 나무잎을 떨군 나무들은 새봄이 되면 파랗게 올라오는데 우리네인생은 그러하지않지요
댁들은 우찌 사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일기 끝 바부탱이 마눌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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