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서/개똥철학

효도하는 아들

시인김남식 2017. 1. 6. 17:52

효도하는 아들  솔새김남식

 

몇년 전부터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간간이 TV 화면을 채우는 인상 깊은 광고가 하나 있었다.

‘여보! 올 겨울엔 아버님 댁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하는 광고였다.

눈 내린 겨울밤 시골집 풍경과 함께 영상으로 펼처지는 애뜻한 사연

‘서울 애들은 춥지나 않은지, 쯧쯧’ 하는 어느 할아버지의 대사가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광고였다.

이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아니, 아직도 보일러 안 깔아 드렸나’ 하는 공연한 생심이 들었다

늙어서도 자나 깨나 자식 걱정 부터 먼저 하는 부모님 마음에 가슴이 찡 했다

 

광고에서 처럼 지금은 부모와 분가해 사는 자식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각별한 정성을 쏟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는 발견도 할수가 있다

고작 명절 때나 찾아 뵙고 알량한 선물 치레로 불효를 씻으려는 자식들에게

보일러회사의 기발한 광고 아이디어가 힛트를 첬다  

사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식솔 건사하며 사는 것만으로도 효도라고 하셨다.

가장 어려운 게 부모자식 간의 역지사지(易地思之)아닐까?




자식을 좋은 대학에 진학 시켜서 큰 아들은 미국에서 대학교수를 하고 

작은 아들은 서울에서 대기업의 임원으로 있하고 있지만

정작 그 어머니는 고향에서 혼자 쓸쓸히 지내고 있었다.

논밭에 씨를 뿌려 옛나 지금이나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래서 자식을 아주 잘 키우면 국가의 자식이 되고

더 잘 키우면 장모의 자식이 되고

적당히 잘 키우면 내 자식이 된다는 얘기 올시다

웃자고 하는 얘기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어머니 집에 하수도가 막혀도 방안의 전구를 바꿀 때도

미국에 있는 아들을 부를 수 없고 서울에 있는 아들을 부를 수도 없다

일년에 겨우 한두 번 볼까 말까하는 아들이

내 아들이라고 할 수 없고,

사진을 통해서나 겨우 만날 수 있는 손자를 내 손자라고 말할 수가 없다.

 

머리가 나빠서 대학 진학을 못한 아들이

돈이 없어서 대학을 보내지 못한 딸이

부모님곁에서 뒷바라지 하며

주말이면 손자들이 내려와 함께 웃어주는 손자가 최고이고

추운날 뒷산에 올라가 나무장작을 패서

아랫목이 따뜻하도록 불을 지펴주는 아들이 최고이다



그런데 "여보! 올겨울엔 아버님댁에 보일러를 놔 드려야 겠어요' 라는 보일러 광고가 

최근에는 '아버님댁에 컴퓨터를 놔드려야 겠어요' 라는 광고 문귀로 바뀌었다고 한다

즉 노년의 외로움 덜어 드리기 위해서 모컴퓨터회사의 협찬을 받아

이번 겨울에는 '아버님 댁에 컴퓨터를 사 드려야 겠어요' 라는 광고로 바뀌었다는 보도이다


옛날 아주 아주 옛날에 늙은 어미가 밤이면 춥다고 하니까

아들은 효도 한답시고 산에 가서 나무 장작을 패서 불을 지펴 드렸답니다

그리고 다음날 인기척이 없어서 아침에 나가 보니

어머니가 방바닥에 타 죽었다는  전설적인 불효 이야기를 우리는 참 많이 들었다

아버님의 쓸쓸함 그리고 어머님의 외로움은 그분들 밖에 모릅니다

이것이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아닐까


혹시 자슥된 도리로 아직도 이런 불효가 있다면 즉시 시정하십시요

이제는 아버님 댁에 컴퓨터를 사 드려야 합니다.

아니, 스마트폰도 사드려야 하고요 

그래서 손자들과 카톡하고

아들에게 용돈을 달라고 이메일도 보내고

쓸쓸하고 외로운 밤 혼자

야동구경을 하며 동지섣달 기나긴 밤을 홀로 보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셨지요 solsae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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