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낭송시

종각역 지하철에서

시인김남식 2007. 4. 8. 22:29


종각역 지하철에서 솔새김남식
.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하지 못 했다

처음으로 널 바래다주던 날

그 사람을 아직 못 잊어 하는 너에게

계속 그리워하는 것과

내 사랑을 받아 드리는 것 중

어는 것이 더 좋은가를 생각해보라고

 

이런 게 사랑에 시작이 아니겠냐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빛으로

널 달래이며

내 마음을 고백하던 날

넌 처음으로 내 손을 잡아 주었다

 

흐드러지게 핀 들꽃처럼

환하게 웃는 네 모습을 보고는

아~ 사랑받고 있구나 그 생각을 했었다

우리사이 한 참 무르익던 날

너의 채취를 다 머금지 못한 나에게
못 잊는게 아니라 안 잊는 거라고 

그만하자며 넌 달아나 버렸다

  
 번 더 생각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 한채
참았던 눈물만 볼 위로 흘러 내렸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순간

못내 아쉬운 듯 손을 흔들며 

열차의 마지막 칸이 다 지나가도록
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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