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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직 혈의 누

시인김남식 2006. 10. 20. 11:57

신소설 - 이인직 혈의 누


                                                                                                      민근홍 국어교실
[줄거리]
이야기의 발단은 청일 전쟁(淸日戰爭)의 회오리 바람이 막 지나가고 피비린내가 만연한 평양 어느 곳에서 삼십세 가량의 여인이 옷도 풀어 헤친 채 허둥거리는 장면에서 부터 시작된다. 이 여인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아내를 잃고 찾아헤매던 어느 외간 남자와 부딪혀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이 부인은 남편 김관일(金冠一)과 의딸 옥련(玉蓮),세 식구가 난리통에 서로 헤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최씨부인은 남편을 기다리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자 자살을 결심하고 대동강 물에 뛰어 드나 뱃사공에게 구출되어 평양에 그대로 머물렀으며, 김관일은 나라의 큰일을 해야겠다고 결단을 내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옥련은 피란길에 폭탄의 파편을 맞아 부상했으나 일본군 군의관 이노우에(井上)의 후의로 그의 양녀가 되어 일본으로 건너 간다. 그녀는 원래 총명하고 예쁜 탓으로 이노우에 군의의 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옥련은 그 후 이노우에 군의가 전사(戰死)하자, 부인으로부터 냉대를 받게 되고 갑자기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어 방황하다가, 구완서라는 청년과 알게 되어 함께 미국으로 건너 간다. 구완서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뜻을 품고 조선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학길에 오르던 중이었다. 옥련은 그곳에서 고등 학교를 우등으로 마치고 이미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 김관일과 10년만에 만나게 된다. 옥련이 우등으로 졸업하자 그곳 신문에 옥련에 관한 기사가 나고 이것을 옥련의 아버지인 김관일이 본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옥련과 구완서는 일생의 반려가 되기로 기약하며 약혼을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직 평양에 살아 있음을 확인한 옥련은 매우 기뻐하며, 그리움 속에 어머니에게 우선 편지를 띄운다. 구완서는 우리 나라를 문명한 강대국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였고, 또 옥련은 우리 나라 여자들의 지식을 넓혀서 남자에게 눌리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며, 또한 여자들도 사회에 유익하고 명예있는 백성이 되도록 교육할 것을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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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상편은 1906년 7월 22일부터 10월 10일까지 〈만세보〉에 연재되었고, 하편에 해당되는 〈모란봉〉은 1913년 2월 5일부터 6월 3일까지 〈매일신보〉에 총 65회 연재되었으나 미완성으로 끝났다.
초기에는 〈모란봉〉이 하편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혈의 누〉 끝에 '상편종'(上編終)이라고 씌어져 있고, 〈매일신보〉 1913년 2월 4일자에 〈모란봉〉이 〈혈의 누〉 하편에 해당됨을 알리는 기사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하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894년의 청일전쟁을 기점으로 자주의식의 각성, 신학문의 유입에 따르는 자유결혼, 재가허용 등의 신결혼관이 드러나 있는 한국 최초의 신소설 작품이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한국 근대문학사에 나타난 최초의 근대적인 작품이다.
고대소설은 이야기 중심이고 우연성이 심하게 나타나 있었다.
이 작품은 10년의 시간 속에서 한국, 일본, 미국을 무대로 한 여주인공 옥련의 기구한 운명에 얽힌 개화기의 시대상을 그린 것으로서 '자주 독립, 신교육, 신결혼관' 등이 그 주제로 되어 있다.
등장 인물들은 다소 친일적이고 역사 인식이 부족한 인물들이며, 그 당시 대다수의 지식인들과 부합하는 사실적(寫實的)인 인물(人物)로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의 신소설적 성격
첫째, 언문 일치(言文一致)에 거의 근접해 있다.
둘째, 서술 시간이 역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셋째, 표현에서 묘사체 문장이 시도되고 있다.
넷째, 개화 사상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여섯째, 그 소재들이 대체로 우리 주변에서 일상 일어나는 일들로 택해져 있다.
이 작품의 후편은 작품 말미에 '아래권은 그 여학생이 고국에 돌아온 후를 기다리오'라고 예고된 후, 1913년 2월에 와서 <모란봉>이라는 이름으로 [매일신보]신문에 65회에 걸쳐 연재되었다.(1913년 6월까지)

 


[등장 인물]
▶옥련 : 주인공. 문명주의자(文明主義者)인 김관일의 딸.
▶김관일 :옥련의 아버지. 청일전쟁을 계기로 부국강병의 뜻을 품음.
▶구완서 :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뜻을 품은 유학생.
[핵심정리]
▶주제 : 자주 독립 사상, 신교육 사상, 새로운 결혼관
▶의의 : 신소설의 효시
▶문체 : 묘사체, 산문체(언문일치에 근접해 있으나 일부 문어체의 자취가 있음)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 계몽적, 교훈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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