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 저수지에서 솔새김남식
반월 저수지를 양쪽으로 끼고 세상이 움직인다
한 쪽은 고속전철 다른 한 쪽은 고속도로
그리고 산업도로 까지
쉴새없이 바삐 돌아 간다
평상시에는 세상살이가 빤히
들여다 보이다 가도
이 곳에 들어서면 다 잊고 싶다
.
굽이굽이 수리산 골짝을 돌아서
내려 갈 때 마다
호수로 부터 올라온 저녁 안개가
숲을 자욱이 적실 때면
지난 날의 날카롭던 사랑도
추억도 미움도 번민도
저수지의 물결 속으로 모두 사라진다
.
이제는 내 아픈 기억들을
다 잊고 싶다
호수위에 한가롭게 떠있는
청둥오리는 가족을 이루고 있는데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
가는 길도 목적도 없이
조각배 하나로
망망대해를 가듯이
마음의 시력까지 잃어 버린 채
감자탕속의 구멍 난 등뼈처럼
허한 바람이 일면
나란 존재도
무척이나 푸석푸석 모호 해진다
저녁 해가 수리산 등성이에 걸처들고
호수에 긴 산 그림자 드리우면
일어서야 한다
내가 아닌 또 다른 사람으로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는 그날까지
내 삶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마음은 어느새 그 사람 곁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