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作業노트

반월 저수지에서

시인김남식 2008. 10. 23. 14:40

반월 저수지에서     솔새김남식

 

 

 

반월 저수지를 양쪽으로 끼고 세상이 움직인다

한 쪽은 고속전철 다른 한 쪽은 고속도로

그리고 산업도로 까지

쉴새없이 바삐 돌아 간다

평상시에는 세상살이가 빤히

들여다 보이다 가도

이 곳에 들어서면 다 잊고 싶다  

.

굽이굽이 수리산 골짝을 돌아서

내려 갈 때 마다

호수로 부터 올라온 저녁 안개가

숲을 자욱이 적실 때면

지난 날의 날카롭던 사랑도

추억도 미움도 번민도

저수지의 물결 속으로 모두 사라진다

.

이제는 내 아픈 기억들을

다 잊고 싶다  

호수위에 한가롭게 떠있는

청둥오리는 가족을 이루고 있는데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

가는 길도 목적도 없이

조각배 하나로

망망대해를 가듯이

마음의 시력까지 잃어 버린 채  

감자탕속의 구멍 난 등뼈처럼

허한 바람이 일면

나란 존재도

무척이나 푸석푸석  모호 해진다

 

저녁 해가 수리산 등성이에 걸처들고

호수에 긴 산 그림자 드리우면

일어서야 한다

내가 아닌 또 다른 사람으로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는 그날까지

내 삶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마음은 어느새 그 사람 곁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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